강풍으로 최종라운드가 하루 순연된 미국PGA투어 버라이즌헤리티지는 1m 안팎 쇼트퍼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대회였다.

부 위클리(33ㆍ미국)는 한 달여 전 혼다클래식 최종홀에서 90cm 거리의 퍼트를 실패해 우승을 놓친 아픔을 딛고 투어 첫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투어 데뷔 4년 만에 첫 승을 노렸던 나상욱(24ㆍ코브라골프)은 최종일 1m 남짓 거리의 보기퍼트를 넣지 못한 끝에 우승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톱10'에 든 선수들이 모두 '홀당 퍼트수' 랭킹에서도 10위 안에 랭크되자 외신은 이번 대회가 '드라이브는 쇼,퍼트는 돈'이라는 말을 새삼 입증했다고 전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골프장(파71)에서 속개된 대회 최종라운드. 3타 차 4위로 시작한 위클리는 이글 1개와 버디 3,보기 2개를 곁들이며 3언더파를 기록,합계 14언더파 270타로 1타 차의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 35개 대회 출전 만에 올린 첫 승으로,세계랭킹 5위 어니 엘스(남아공)의 추격을 따돌린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2002년 투어에 데뷔한 위클리는 40여일 전 열린 혼다클래식을 잊지 못한다. 최종일 최종홀에서 90cm 거리의 파퍼트를 넣으면 생애 첫승을 올릴 수 있었는데도 그 퍼트를 놓치고 말았던 것.

위클리는 다른 선수 3명과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두 번째 홀에서 탈락했고,마크 윌슨이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미 PGA 투어프로들의 90cm 퍼트성공률은 99.1%. 위클리의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지워질리 없었다.

위클리는 그것을 만회라도 하듯 이번 대회에서는 라운드당 24.3개(랭킹 1위),홀당 1.6개(랭킹 6위)의 '컴퓨터 퍼트'를 선보였고 그것은 투어 첫승으로 이어졌다.

물론 최종일 17,18번홀에서 칩샷이 잇따라 홀로 들어가며 '기적같은 파'를 잡은 것도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그 반면 나상욱은 쇼트 퍼트에 발목이 잡혀 첫 승 도전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전반까지 선두권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던 나상욱은 14번홀(파3)에서 1.5m 거리의 보기 퍼트가 홀을 외면,우승권에서 멀어졌다.

합계 10언더파 274타의 공동 4위.

그나마 마지막홀에서 칩샷이 버디로 연결되면서 2년2개월여 만에 '톱10'에 든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하며 선두에 복귀했던 제리 켈리(미국)는 최종일 6오버파의 부진 끝에 공동 8위로 처졌고,마스터스 챔피언 잭 존슨(미국)은 6위를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