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차 우승컵이 절박했던 '새로운 골프여왕'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돌아온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가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에 우승을 헌납했다.

린시컴은 16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리유니언의 리유니언골프장(파72.6천50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긴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작년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을 제패해 우승상금 50만달러를 받았던 린시컴은 두번째 우승도 상금이 무려 39만달러에 이르는 긴오픈에서 챙겨 '특급대회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LPGA 투어 대회 우승 상금은 대개 15만달러 안팎이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르려면 이 대회 우승이 꼭 필요했던 오초아와 6년만에 투어 통산 스물한번째 우승을 노리던 데이비스에 4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린시컴은 두 선수가 자멸한 덕에 어부지리를 얻었다.

오초아는 한때 데이비스와 린시컴을 2타차로 따돌리며 단독 선두를 달려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으나 13∼18번홀에서 6타를 잃어버리면서 무너졌다.

18번홀(파4)에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던 보기 퍼트마저 놓친 오초아는 최종 라운드를 5오버파 77타로 마치면서 린시컴에 1타 뒤진 준우승에 머물렀다.

16번홀에서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서기도 했던 데이비스는 17번홀(파5) 더블보기로 차려준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더니 18번홀(파4)에서는 한꺼번에 3타를 까먹으면서 3위(7언더파 281타)도 겨우 지켜냈다.

폭우 때문에 약 3시간 가량 경기가 중단되는가 하면 시속 40∼50㎞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어 타수를 줄이기보다는 스코어 지키기 경쟁이 되어 버린 최종 라운드에서 린시컴은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꾸며 제자리를 지킨 결과 우승할 수 있었다.

린시컴의 버디 3개는 꼭 필요할 때 나왔고 보기 3개도 요긴하기로는 버디나 파 못지 않았다.

데이비스가 1타를 잃고 오초아가 파에 그친 14번홀(파4) 버디로 우승 경쟁에 뛰어든 린시컴은 데이비스에 1타차 공동 2위이던 17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갔으나 2m 내리막 파퍼트를 집어넣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데이비스가 1.5m 거리의 파퍼트를 놓친 데 이어 보기퍼트마저 실수한 덕에 오초아와 공동 선두가 된 린시컴은 18번홀(파4)에서도 3.5m 파퍼트를 넣지 못했지만 오초아가 더블보기로 주저 앉으면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오초아는 15, 16번홀 연속 보기로 공동 2위로 물러 앉더니 17번홀(파5)에서는 두번째 샷을 그린 바로 앞에 떨어뜨리고도 어프로치샷 실수가 나와 파에 그쳤고 18번홀에서는 벙커에서 친 세번째 샷이 짧아 그린에 올리지 못한데다 네번째 샷마저 홀에 턱없이 모라자 분루를 삼켰다.

한국 선수의 역전 우승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5명이나 '톱 10'에 드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코리언 군단'은 김주연(26.KTF)의 재기샷이 반가웠다.

지난 2005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해 스타덤에 올랐지만 US여자오픈 이후 무려 38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톱 10' 입상이 없었던 김주연은 이날 2오버파 74타를 쳐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올해도 네 차례 대회에서 단 한번 밖에 컷을 통과하지 못했던 김주연으로서는 우승보다 값진 '톱 10' 인 셈이다.

역전 우승에 도전장을 냈던 박세리(30.CJ)는 버디없이 보기만 4개를 적어내 김주연과 함께 공동 6위에 그쳐 나비스코챔피언십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톱 10'에 만족해야 했다.

1언더파 71타를 친 이미나(26.KTF)와 나란히 74타씩을 친 최혜정(23.카스코), 이정연(28)은 공동8위(4언더파 284타)를 차지했다.

이미나와 이정연은 시즌 첫 '톱 10'이며 최혜정은 마스터카드클래식 공동 6위에 이어 시즌 두번째 10위 이내 입상이다.

1, 2라운드까지 선전을 펼쳐 작년에 이어 대회 2연패의 희망을 이어갔던 김미현(30.KTF)은 이날 하루에만 6타를 잃어버려 공동 20위(이븐파 288타)까지 밀려났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