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나쁜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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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에 살던 시절,동네에 그악스러운 사람이 있었다.
주차문제로 시비 걸다 툭하면 남의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거의 매일 밤 동네가 떠나가라 부부싸움을 했다.
한밤중에 담장 위에서 호스로 골목에 수돗물을 콸콸 흘려대기도 했다.
말릴라치면 하도 험하게 대들어 다들 쉬쉬 하고 지냈다.
아파트에 산 지 10여년.맨위층에 살다 지난해 중간층으로 이사했다.
청소기 소리,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지어졌나 생각했다.
그러나 사정상 올봄 다시 이사한 곳은 더하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거실등이 흔들린다.
국내 유명 건설업체 중 한 곳에서 시공,평당 3000만원에 거래된다는 곳이다.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자면 가슴이 마구 두근거린다.
윗집이 유별난가 싶어 선물을 들고 올라가 부탁했지만 소용 없다.
앞집도 그렇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때문에 주먹다짐을 하다 법정까지 간다는 말이 실감났다.
익숙해지려 애쓰면서 온 식구가 발꿈치를 들고 걷는다.
안그랬다간 우리 역시 아랫집에 '나쁜 이웃'이 될 게 뻔한 탓이다.
주위에 하소연했더니 얼추 비슷하다며 문제가 있어도 다퉈 봤자 해결은커녕 사태는 악화되고 집값만 떨어지기 쉬워 다들 참고 산다고 일러준다.
층간소음은 아랑곳없이 화려한 광고와 전자제품을 얹어주는 식의 겉치레에 힘쓴 결과 입주민들을 '잠재적 나쁜 이웃' 내지 거짓말쟁이로 만든 셈이다.
영국에선 '나쁜 이웃'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섰다고 한다.
이웃간 분쟁을 유발하거나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는 등 주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경우 상·중·하로 구분, 상으로 판정되면 집중관리 지역으로 이주시켜 감시하고 교육도 시킨다는 것이다.
단독주택에서도 나쁜 이웃을 만나면 견디기 힘들다.
하물며 공동주택에서랴.2005년 7월부터는 아파트 건축시 발자국소리 방지기준을 지키도록 했다지만 그 전에 지어진 아파트 주민은 어떻게 하나.
가뜩이나 힘든 일 많은데 나쁜 이웃이 되지 않기 위해 제집에서조차 마냥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과연 누가 어떻게 해소해줄 것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주차문제로 시비 걸다 툭하면 남의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거의 매일 밤 동네가 떠나가라 부부싸움을 했다.
한밤중에 담장 위에서 호스로 골목에 수돗물을 콸콸 흘려대기도 했다.
말릴라치면 하도 험하게 대들어 다들 쉬쉬 하고 지냈다.
아파트에 산 지 10여년.맨위층에 살다 지난해 중간층으로 이사했다.
청소기 소리,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지어졌나 생각했다.
그러나 사정상 올봄 다시 이사한 곳은 더하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거실등이 흔들린다.
국내 유명 건설업체 중 한 곳에서 시공,평당 3000만원에 거래된다는 곳이다.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자면 가슴이 마구 두근거린다.
윗집이 유별난가 싶어 선물을 들고 올라가 부탁했지만 소용 없다.
앞집도 그렇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때문에 주먹다짐을 하다 법정까지 간다는 말이 실감났다.
익숙해지려 애쓰면서 온 식구가 발꿈치를 들고 걷는다.
안그랬다간 우리 역시 아랫집에 '나쁜 이웃'이 될 게 뻔한 탓이다.
주위에 하소연했더니 얼추 비슷하다며 문제가 있어도 다퉈 봤자 해결은커녕 사태는 악화되고 집값만 떨어지기 쉬워 다들 참고 산다고 일러준다.
층간소음은 아랑곳없이 화려한 광고와 전자제품을 얹어주는 식의 겉치레에 힘쓴 결과 입주민들을 '잠재적 나쁜 이웃' 내지 거짓말쟁이로 만든 셈이다.
영국에선 '나쁜 이웃'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섰다고 한다.
이웃간 분쟁을 유발하거나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는 등 주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경우 상·중·하로 구분, 상으로 판정되면 집중관리 지역으로 이주시켜 감시하고 교육도 시킨다는 것이다.
단독주택에서도 나쁜 이웃을 만나면 견디기 힘들다.
하물며 공동주택에서랴.2005년 7월부터는 아파트 건축시 발자국소리 방지기준을 지키도록 했다지만 그 전에 지어진 아파트 주민은 어떻게 하나.
가뜩이나 힘든 일 많은데 나쁜 이웃이 되지 않기 위해 제집에서조차 마냥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과연 누가 어떻게 해소해줄 것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