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화염 지나간 5년‥아프간에 '경제 마인드' 움튼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화염이 지나간 수도 카불에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머니 전쟁'.경제성장률 수치마저 내지 못했던 경제문맹국에서 '돈'이 일반인들의 최대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2일 달라진 수도 카불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5년반 전 전쟁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고 2년여 전 역사적인 총선거까지 치른 후 아프가니스탄에도 경제 관념이 싹트기 시작했다.

승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으로 휴대폰 회사를 차린 한 엔지니어는 어느덧 가장 큰 부자 중 하나가 됐다.

코카콜라에 대항해 '슈퍼콜라'를 만든 발명자도 부를 축적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 사람들도 생존을 위해,더 나아가 돈을 더 잘 벌기 위해 날마다 투쟁을 치른다.

이들을 각성시킨 것은 미국 군대와 해외 봉사단체,정치인과 심지어 마약거래상들로부터 나오는 현금이다.

경제 흐름에 시동이 걸리면서 일부 물가도 뛰었다.

카불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는 무하마드 나디르씨는 탈레반 정권에서 점포 임차료로 매달 5달러를 냈지만 지금은 200달러를 낸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로 안정됐지만 돈벌이가 되는 지역의 임대료는 급등한 것이다. 나디르씨는 대신 매달 500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카불대학 졸업생은 안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공무원은 임금이 높은 외국 시민단체로 옮기기 위해 애를 쓴다.

2001년까지 사람들은 국가를 위해 한 달 50달러 받고 하루 16시간을 일했지만 지금은 뛰어난 인재들 대부분이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에 만족하지 않는다.

공무원 임금 인상은 아프가니스탄 의회에서도 가장 큰 이슈다.

아프가니스탄 군대는 탈레반에 대항하기 위해 초임을 매월 70달러에서 100달러로 올리려 하고 있다고 IHT는 보도했다.

은행 계좌 개설도 유행이 됐다.

아지즈은행은 100달러짜리 복권을 팔면서 고객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카불 사람들 사이에서는 임금 외에도 땅값이 화제에 오르기 시작했다.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나온 생필품들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

돈이 모든 이들의 관심거리가 되자 뇌물도 빈번하게 오가는 모습이다.

정부 조직에 취직하기 위해,또는 시험 없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큰 돈을 주고 받는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안전이다.

자살테러는 2003년 이후 오히려 더 느는 추세다.

IHT는 카불에서 이제 막 싹튼 경제 전쟁에는 테러의 위협이 도화선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경제는 2003년 이후 매년 8~15.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역시 2004년 60억달러에서 2005년 72억달러로 증가했다.

경제 규모의 성장에는 2002~2004년 미국이 44억달러에 이르는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국제적 지원도 한몫 하고 있다.
전쟁 화염 지나간 5년‥아프간에 '경제 마인드' 움튼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