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를 내세워 직원을 퇴직시킨 뒤 다른 계열사로 옮기게 했다면 해당 퇴직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모씨(41)가 삼성전자에서 삼성할부금융(이후 삼성카드에 합병)으로 전적(轉籍)한 것은 1995년.삼성그룹이 삼성전자 내에 있던 신용판매사업부를 삼성할부금융으로 이관함에 따라 이씨는 다니던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후 삼성할부금융에 신규 입사하는 형식을 빌려 새 회사에 들어갔다.

당시 회사는 '퇴직과 관련해 민·형사 및 행정상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으며 퇴직금은 전출사에서 받겠다'는 합의서를 쓰게 했고 함께 퇴직한 1500여명의 직원들은 이에 동의했으나 이씨 등 3명은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후 삼성할부금융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이씨에게 회사 측은 전 회사에서 일했으면 받을 수 있었던 액수의 퇴직금 대신 새 회사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했다.

이에 이씨 등 3명은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스스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해 퇴직한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렇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이씨 등은 자의로 회사를 옮겼다기보다는 그룹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일방적 결정에 따라 다른 계열사로 적(籍)을 옮겼다고 봐야 하고 이럴 경우 중간에 한 퇴직은 무효"라며 "회사는 6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