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이 시중 단기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단기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서둘러 예금 이탈 방지에 나서고 있고 외국계 은행,저축은행들도 자금유치전에 가세하는 등 단기자금시장을 놓고 금융회사 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6일 증권업협회와 각 증권사에 따르면 증권사 CMA 잔액은 지난달 말 1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날 현재 1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됐다.

2006년 1월 말 2조5000억원,9월 말 5조5000억원에서 불과 6개월여 만에 7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자금 유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금리가 연 0.2∼0.3%인 데 비해 CMA 금리는 연 4%인 점이 자금 이동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객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증권사마다 CMA 상품을 내놓자 금융감독원이 부랴부랴 과열 마케팅을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단기자금이 CMA로 빠져나가면서 비상이 걸린 곳은 은행권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잇달아 CMA의 대항마인 '직장인 우대통장'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국민은행을 필두로 자금이체 등에 대한 수수료를 대거 인하하기 시작했다.

한 은행 수신기획팀 관계자는 "CMA로의 자금 이동이 은행 수익성에 타격을 줄 만큼 확대되고 있어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수수료 인하의 배경에는 기존 요구불예금 고객을 잡아두자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씨티은행 HSBC 등 외국계 은행 및 저축은행까지 고금리 저축예금을 앞세워 단기 자금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통장에 있는 300만원.보통 예금에 넣자니 묵히는 거 같고 CMA에 넣자니 번거롭고…'라는 모 외국계 은행의 광고 카피가 이를 반영하고 있으며 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연 5%의 고금리 저축예금을 출시했다.

CMA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의 격전은 초기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 통합법안이 통과돼 증권사에 소액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30조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의 소액지급 결제가 허용되면 증권사 계좌를 이용한 자금이체 송금 등의 서비스가 직접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