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웨딩이 유행이란다.

결혼 기념 행사를 웨딩드레스 등 예복을 입고 실제 결혼식처럼 치르는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이 새 풍속도로 떠오르고 있단다.

신혼 시절의 기분으로 되돌아가 부부애를 다지기 위한 의식으로,결혼 25주년의 은혼식이나 50주년 금혼식과 달리 결혼 5년,10년 된 부부들이 더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신랑 신부는 뽀뽀를 3분간 하시기 바랍니다'라든가,'신랑은 신부 업고 팔굽혀펴기를 10회 실시해 주십시오'라든가,'나는 봉 잡았다'를 크게 세 번 소리치라는 등 엄숙한 예식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로 치러지고 있다.

중년들은 젊은이들이 하는 짓들을 바라보며 '좋을 때다' 하고 말면 그뿐일 텐데,'야야 누군 젊었을 때 없었는 줄 알아? 대충 해라 응?'하며 그들 속에 끼지 못한 맘을 구시렁대면서 분해한다.

그런데 젊은 남편들은 결혼기념일에 집에서 아내에게 꽃다발을 줘도 되는데 굳이 아내 회사로 꽃바구니를 보내 많은 동료들에게 '너 시집 잘 갔다 얘,니 신랑 정말 멋지다'라는 부러움을 사게 하며 주변 사람들의 지지까지 끌어낸다.

게다가 주위의 동창 녀석이 이혼했단 소식,친한 동료도 별거 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는 뒷목이 뻣뻣하면서 골똘히 고민한다.

"내 아내는 절대 그럴 여자는 아니야.그래도 만사는 불여튼튼이지.뭘 해주면 좋을까?"

결혼기념일을 핑계로 아내의 감격한 표정을 상상하며 리마인드 웨딩을 준비한다.

결혼 당일 날은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머리 만져 주지,얼굴만 들이대면 탤런트 뺨치게 분장해 주니 기분은 날아갈 듯하다.

장가갈 때 입었던 양복 대신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이나 입을 것 같은 제비꽁지 턱시도를 입고 어색해할 때,매일 보던 마누라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생글거리는데 그 옛날에 그토록 꼬이려고 안달하던 바로 그 여자가 아닌가?

취지는 초심으로 돌아가 늘 처음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것이나 높아질 대로 높아진 젊은 아내들의 위상에 눌려 낮아질 대로 낮아진 남편들의 마지막 보루일 것이다.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퍼붓지 않으면 아내가 슬퍼하거나 딴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과 아내를 더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큰일을 저지른다.

그동안 곰살맞게 굴지 못하고 알고 지은 죄,모르고 지은 죄를 한방에 사함받기에는 리마인드 결혼식이 제격,신청자 절반 이상이 남성이라는 것이다.

"저 이번에 똑같은 사람에게 장가 두 번 갔잖아요.

돈은 좀 들었지만 무엇보다 아내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니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똑같은 사람이랑 결혼을 한다고? 다시 태어나도 당신뿐이라고?그러고 싶을까?"

중년들도 매년 결혼기념일은 찾아온다.

잘 살았다는 자축과 지남철같이 꼭 붙어 있고 싶었던 신혼 때를 추억하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날! 시간이 사랑도 식히고 몸도 늙혔지만 인생에서 가장 푸르렀던 날을 반추할 수 있는 깜짝 쇼는 남편에겐 필수.젊은이들처럼 난리 법석을 떨지 않더라도 남편은 그 날만큼은 멋진 마당쇠가 되어야 한다.

늙수그레한 새도 언제든지 날아갈 줄은 아니까…. 결혼 전에 첫 번째로 머시기(?) 했던 곳이나 두 번째로 거시기(?) 했던 곳으로 나오라는 문자를 날리면 이파리 청춘처럼 들떠 아내는 화려한 외출을 할 것이다.

남편의 눈에 제일 예쁜 여자이고 싶은 마음에 포장 수준인지,변장 수준의 화장발에다 향수 냄새 풀풀 풍기면서 발뒤꿈치 아파도 높은 구두를 신고 나타난 아내,남편은 아내 얼굴에 더덕더덕 묻어 있는 세월을 안타까워한다.

마님을 모시고 복분자에 장어구이를 대접하고 내친 김에 전통찻집에서 계란 동동 띄운 쌍화차까지 마시고 나서 아내한테 느끼한 눈빛을 보낸다.

"자기,오늘 집에 안 들여보낼 거야."

"옴마나 옴마나 몰라 몰라 ㅎㅎㅎ."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성박사.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