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많은 동물들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지구 온난화와 삼림개발 등 갖가지 요인들로 인해 사라지는 동물들이 급속 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0년 동안 50여종의 동물이 사라졌으며 200종 이상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는가 하면,앞으로 30년 안에 포유류 1130종과 새 1183종이 멸종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인류와 과학자들이 동물의 멸종위기 사태를 방치해온 것은 아니며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우리나라를 비롯 120여개국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이른바 'CITES'에 가입해 3만5000여가지 동·식물의 국제거래를 감시하고 있는 게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복제기술을 통한 동물 복원프로젝트의 추진이다.

말하자면 복제하려는 동물의 체세포에서 핵을 꺼낸 뒤 같은 종의 난자핵을 집어넣고 전기충격으로 난자를 분열시킨 다음 이를 대리모에 착상시켜 핵을 제공한 것과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를 만들어내는 얼개다.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체세포 복제방식으로 멸종위기 동물들을 살리려는 시도를 흔히 현대판 '노아의 방주'계획으로 부른다.

예를 들면 영국의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는 아프리카산 영양인 스키미타를 비롯 소코로 비둘기 등 멸종 우려가 큰 동물의 유전자를 모으고 보관하는 '냉동 방주'사업을 3년여 동안 추진해오고 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노아가 동물들을 커다란 배에 실어 대홍수 속에서도 살아남게 한 것처럼 동물 멸종의 파국을 미리 막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하더라도 멸종위기 동물을 복제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제 성공사례가 인도산 야생들소인 '가우어'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은 물론 그나마 이 복제소도 이질에 감염돼 태어난 지 48시간 만에 죽고 말았다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이 체세포 핵치환방식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회색늑대 2마리를 복제해낸 것은 값진 성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복제 성공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복제 늑대 또한 1년6개월째 별 탈없이 성장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우리의 복제기술이 세계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보인 셈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우리 연구진이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 복제의 새로운 지평을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유전적으로 사람과 흡사한 늑대복제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활용해 암·당뇨·심장병 등 여러가지 질병에 관한 연구모델을 하루빨리 개발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성공을 계기로 줄기세포 논문 조작파문으로 실추된 국제적 위상을 되찾고,바이오 강국으로 재도약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연구진들이 미래성장동력인 바이오 분야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