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국내외 로펌(법무법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부 초대형 외국 로펌들은 국내 진출에 대비해 국내 변호사를 입도선매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국내 로펌들도 미국 변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시장 개방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사법연수원에서 영미법 교수로 있는 백선우 미국 변호사는 4일 "영국계 대형 로펌인 링클레이터스와 미국계 셔먼앤스털링이 일부 사법연수원 학생들을 오는 7월부터 3개월간 인턴십 차원에서 각각 홍콩과 미국 사무실로 초청키로 했다"며 "하버드대나 예일대 로스쿨 출신들만 뽑는 A급 로펌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변호사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한국법에 정통한 예비 법조인들을 미리 뽑아 미국법을 훈련시킨 다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홍콩에는 한국 진출을 손꼽아 기다리는 한국계 미국 변호사가 130명이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진출한 외국 로펌들의 눈길도 한국 법률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계 로펌 폴와이스에서 파트너로 있는 유동 변호사는 "한국 시장이 매력 있다"며 "미국법 자문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타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관망 자세를 보여 왔던 토종 로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일단은 '방어' 차원에서 미국 로펌 사정에 밝은 미국 변호사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법무법인 화우의 임승순 변호사는 "법률시장 개방을 앞둬서인지 국제 간 거래 등에 정통한 미국 변호사가 크게 달린다"며 "올해 10명 정도 더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가 국내 로펌 소속 변호사 87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시장 개방시 '외국계 로펌의 공세에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응답이 54.0%에 달했다.

'피해가 없다'는 응답은 27.0%에 불과했다.

소속 로펌이 외국계 로펌과 '대등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응답은 32.4%였으며 '종속적 관계로 제휴'가 27.1%,'대등한 관계로 제휴'가 24.3%를 나타냈으며 5.4%는 '피흡수합병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변호사들의 37.8%는 '외국계 로펌으로 옮기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59.4%는 '옮기거나 고려해 보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소형 로펌 소속 변호사의 81.8%는 외국계 로펌으로 옮기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내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42.3%)의 두 배에 달했다.

옮길 경우 현재 연봉의 두 배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1.5배 이상'이 35.3%였고 심지어 14.7%는 '현재와 같거나 낮아도 옮기겠다'고 응답했다.

김병일/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