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주일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어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협상단의 안살림을 도맡아 온 안세령 2등 서기관(35).협상이 마무리되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묻자 '잠'이라는 답이 즉각 나온다.

협상 기간 중 한순간도 마음을 놓은 적이 없었던 때문이다.

안 서기관은 한·미 FTA 기획단에서 대미 협상자료 작성을 담당해왔다.

협상장에서 본부장이나 수석대표가 할 발언 요지 등을 만들고 협상에 배석해 발언을 정리하는 게 임무였다.

그러다 보니 올해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1월에만도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따라 워싱턴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데 이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하와이에서 개최된 한·미 FTA '고위급 2+2 회담'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및 통상각료회의에 참석했다.

2월 워싱턴 7차 협상과 샌프란시스코 수석대표 회담,3월 워싱턴 수석대표 회담까지 모두 6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비행시간만 150여시간이나 된다.

협상이 이처럼 강행군이다 보니 가장 어려웠던 게 체력이다.

그는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72시간 동안 한잠도 안 자고 시험을 치러 벅찬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며 "이번이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14개월간의 협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국익을 위해 주말도 휴일도 없이 밤새 일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한ㆍ미 FTA가 국익을 해칠 것이라고 말할 때가 가장 안타까웠죠."

안 서기관은 한·미 FTA가 타결되면 마무리를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다.

이달부터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한·미 FTA가 미국 의회에서 순조롭게 비준되도록 지원하는 일을 맡는다.

발령은 지난 1월 났지만 협상 때문에 이제서야 떠나게 됐다.

안 서기관은 1997년 외무고시 합격 후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따온 열성파.일에 열중하다 보니 아직 결혼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