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명예의 전당 회원' 박세리(30.CJ)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6명 밖에 이루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재촉했다.

박세리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6천67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치는 선전을 펼쳤다.

두텁고 질긴 러프와 딱딱하게 굳어 볼을 세우기가 어려운 난이도 높은 코스 컨디션 탓에 이날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내 선수는 불과 9명.

첫날 72타로 코스 탐색을 무난하게 마친 박세리는 버디 3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내며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로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5위로 올라섰다.

합계 4언더파 140타로 공동 선두에 오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폴라 크리머(미국)는 나란히 올해 1승씩을 수확한 강적이지만 상승세를 탄 박세리는 그토록 꿈꿔왔던 그랜드슬램을 이룰 기회를 잡은 셈이다.

박세리는 4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그리고 LPGA챔피언십 등은 모두 한번 이상 우승했지만 나비스코챔피언십은 2002년 9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선수는 루이스 석스, 미키 라이트, 팻 브래들리, 줄리 잉스터(이상 미국),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카리 웹(호주) 등 6명 뿐이다.

첫날 단독 선두로 나섰던 안시현(23)은 1오버파 73타를 치면서 선두 자리를 내줘 공동3위(3언더파 141타)로 내려 앉았지만 오초아, 크리머에 1타차에 불과해 여전히 우승의 꿈을 보듬었다.

첫날 경기를 망쳤던 김미현(30.KTF)은 이븐파 72타를 치며 공동15위(2오버파 146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지만 선두권에 자리 잡았던 장타왕 이지영(22.하이마트)은 5타를 잃어 공동19위(3오버파 147타)로 내려 앉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세계랭킹 1위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오초아는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선두로 올라섰고 올해 개막전 SBS오픈 우승자 크리머는 5언더파 67타라는 불꽃타를 터트려 강력한 우승 후보로 등장했다.

이틀 동안 오초아와 동반 라운드를 펼친 웹은 5오버파 77타로 크게 부진, 선두 그룹에 7타차 공동19위로 추락했고 소렌스탐은 이날도 4타를 까먹으며 공동51위(7오버파 151타)에 그쳐 사실상 우승 가능성이 사라졌다.

한편 코스 길이를 늘린데다 러프를 기르고 그린 빠르기를 높이는 등 크게 어려워진 코스 탓에 2라운드 합계 9오버파 153타를 친 선수까지 컷을 통과했다.

(란초미라지<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