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3월엔 정말 기쁘고 즐거웠다.

한 달 동안 젊은 스포츠 영웅들이 그야말로 10년 묵은 체증까지 쑥 내려갈 만큼 속 시원한 소식을 전해준 덕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강석,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수영의 박태환이 가져다준 선물은 온 국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이라는 축복을 안겨줬다.

세 사람의 승리가 값진 것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우리에게 덮어씌워져 있던 '한국인의 한계와 굴레'를 보기 좋게 벗겨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얘기건 자꾸 들으면 뇌리에 박히는 수가 많다.

과학적 혹은 통계적 근거 비슷한 걸 들이댔을 땐 더더욱 그렇다.

그 근거가 진짜인지 검증되는 법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의 편견 내지 오류로 인해 생겨난 터무니 없는 속설이 사실처럼 뿌리내리는 일도 잦다.

뇌의 무게가 지능지수(IQ)를 좌우한다거나 다운증후군을 몽고증 내지 몽고백치라고 불렀던 것 등이 그 예다.

전자는 일부 과학자의 엉터리 조사,후자는 다운 박사의 인종 차별의식이 낳은 낭설인데도 오랫동안 '맞는 말'로 통용됐다.

이 땅의 중장년층들이 으레 그런 줄만 알았던,'다른 건 몰라도 한국인에게 수영과 스케이팅은 무리'라는 얘기의 맥락 또한 같다.

'신체적 조건에서 서양인을 따라잡기 어렵고 겨울이 짧은 지리적 여건 또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그럴 듯한 이유는 긴 세월 '올림픽 메달밭'인 종목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여기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젊은 스포츠스타들의 연이은 세계무대 제패는 더이상 우리에게 굴레 따윈 없음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 '영 파워'들의 경우 태생적 한계에 떨지도,서양인과의 경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온몸 가득한 여유로움은 모든 실력의 절반이라는 자신감을 한껏 드러낸다.

그런 자신감은 타고난 재능과 무한한 노력에서 비롯됐겠지만 그 바탕엔 '잘살아 보자'며 허리끈 졸라매고 뛴 부모세대의 피땀으로 이뤄진 국력이 자리하고 있다.

놀랍도록 좋아진 체격은 물론 특수장비 해외연수 전지훈련 모두 경제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