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중동순방 마지막 날인 29일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오후 6시 도하를 떠날 때까지 라스라판 산업도시를 방문하는 1건 외에 텅텅 비어 있었다.

카타르에서의 공식 외교 일정은 28일 낮(현지시간) 양국 경제인 오찬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끝이 난 상태였다.

양국 정상회담은 카타르에 도착한 27일 이미 해치웠다.

무리하자면 순방 일정을 하루 정도는 앞당길 수도 있었다.

외교 관례에 따라 일정 변경은 없었지만 대신 노 대통령의 숙소 호텔은 28일부터 협상 지휘본부로 바뀌어 있었다.

일단 타결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듯하다.

노 대통령은 28일 저녁 카타르 교민과의 동포간담회에서 마치 스스로에게 질문하듯 "FTA 하는 것이 맞습니까,안 하는 게 맞습니까?"라고 물었고,교민 중 한 명이 "하는 게 옳습니다"라고 대답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죠?"라고 동의를 표시했다.

FTA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결정은 전문가가 아닌 최종 책임자인 제가 내리는 것"이라고 한 언급도 타결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회담이 데드라인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 대통령도 "낙관도 비관도 장담할 수 없다"며 "한두 개 꼭지를 따야 될지도 모르겠다"면서 남은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최고위급 차원의 패키지 딜을 시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실제 카타르 현지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 FTA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해 절충을 시도했다.

양국 정상간 통화는 미국측이 노 대통령 숙소로 먼저 전화를 걸어와 성사됐다.

양국 정상간 통화는 자동차 섬유 농업 순으로 각각의 입장을 풀어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20분간 이뤄졌다.

양국 정상간 통화는 지난 27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28일 백종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 간의 전화 협의를 통해 사전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하=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