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신학대에서 13년간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가르친 리타 슈나이더씨(56)는 몇 년 전 보유 부동산을 팔아 하버드대에 기부금을 쾌척했다.

지금은 은퇴해 마이애미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그는 정기적으로 하버드대 기금으로부터 투자 배당금을 받고 있다.

학교에 뭔가 돌려주고 싶다는 평소 소망과 노후 대비 방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기부금 신탁제를 선택한 결과다.

이 제도는 기부자들에게 사망하기 전까지 투자 수익을 나눠주고 사후에는 기부금이 온전히 대학 자산으로 귀속되도록 한다.

슈나이더씨는 "밤에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최적의 투자 대상"이라고 소개했다.

친가가 유대인 학살 사건인 홀로코스트 희생자였다는 슈나이더씨는 자신이 죽은 이후에 신탁 자산으로 대량 학살과 관련된 교육·연구를 돕도록 하버드 신학대와 약정했다며 뿌듯해했다.

미국 대학들이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투자 수익을 나눠주는 기부금 신탁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데 따르면 하버드대가 2003년 기부금 신탁제도를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스탠퍼드대와 노트르담대도 기부금 신탁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MIT도 조만간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부'를 '투자'와 연결시켜 기부자와 대학 모두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기부금 신탁은 대학 기금에 보태져 투자된다.

대학 기금은 개인들이 하기 어려운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린다.

작년 6월 말까지 최근 10년간 하버드대 기금은 연 평균 15.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연 평균 상승률은 8.3%였다.

미국대학직원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5년 7월부터 작년 6월 말까지 고등교육기관 기금의 수익률은 10.7%로 나타났다.

S&P500지수는 이 기간 8.6% 상승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