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源穆 < 이화여대 교수·법학 >

역사적인 한·미FTA 협상의 타결이 임박한 시점이지만 도대체 한·미FTA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시원한 답이 없기는 여전하다. 미국은 이미 무역장벽이 가장 낮은 나라여서 자유무역으로부터 우리 수출기업들이 얻을 이익이 별로 없다. 반면 미국의 값싼 농산물들이 대거 수입돼 국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이 예상된다. 또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도 강화돼 미국산 특허약의 국내가격이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제시해온 설명은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과 자유경쟁을 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효율성을 제고(提高)하게 되고 영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된다는 논리는 결국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다. 미국과의 FTA는 투자의 증대를 가져오므로 농업부문에서 줄어드는 일자리 숫자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도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장밋빛 미래일 뿐이다.

그런데 도대체 한·미FTA를 왜 해야 하나? 그 답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우리 모두가 매일 이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FTA를 통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줄어든 상태에서 교역이 늘게 되면 모든 국민이 매일 구매하는 물건들의 가격이 싸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그만큼 이익을 본다. 우리 모두는 싼 값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게 되고,치열한 국제경쟁을 통해 가격이 저하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결국 모든 국민은 소비자이게 마련이다. 약값이 다소 오를 것이 걱정되나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약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의약품 특허보호 수준을 강화하면,국내 제약회사들의 신약(新藥) 개발 유인을 제고하게 된다. 그 결과 토종 신약이 생산되면,미국 특허약 제조회사들이 그동안 부과한 독점가격을 낮추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제약회사가 미국의 다국적(多國籍) 제약회사에 의해 모두 쓰러질 정도로 특허권을 과도하게 강화하지 않는 한,이러한 장기적인 가능성은 존재한다.

결국 한·미FTA의 대차대조표는 최소한 세 가지 측면을 합산해야 완성된다. 우리 수출기업들의 이익,우리 농가에 대한 피해,그리고 소비자인 우리 모두가 얻는 이익이 그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농가에 대한 피해가 크면 클수록,그에 비례해서 우리 모두가 얻는 소비자 이익이 증대한다는 사실이다. 피해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값싼 미국 농산물이 수입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소비자의 이익도 클 수밖에 없다. 즉 산업피해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 소비자의 이익이란 있을 수가 없다. 소비자가 절약한 돈은 저축하게 마련이고,은행은 가장 수익률이 많이 남는 생산부문에 이를 재투자할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이익은 더 큰 생산창출 효과로 연결되게 된다. 물론 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내산업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문제는 양국이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므로 비록 우리 측이 농업이슈를 극단적으로 양보하는 식으로 협상이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한·미FTA의 대차대조표가 적자(赤字)가 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이것이 사실은 그동안 주류경제학에서 확고하게 인정돼온 개방의 혜택이며,한미FTA를 어쨌든 체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정부의 협상전략의 최대 목표는 우리 국내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시키는 데 주어졌다. 이는 양국 간 서로 많이 개방하면 할수록 교역의 이익은 증대하게 된다는 역사적 진리에 대한 고려보다는 국내 피해산업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이러한 수입대체 산업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국민 전체의 이익에 대한 균형된 고려(考慮)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정치행태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나,가장 비효율적인 부문이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간의 보호를 받아오며 전체 국익을 저해하고 있는 행태가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반성이 한국 통상정책의 일대 전환점을 가져다줄 한·미FTA 협상에서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