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서 지난해 가을 학기에 있었던 일.기계공학과 학생 A씨와 B씨는 한 학기에 무려 다섯 번이나 다른 학생들의 전공 과제 리포트를 표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내는 사실상의 '리포트 절도'를 저질렀다.

과제 점수가 깎인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교수들이 진상 확인에 나서 결국 절도 행각이 드러났다.

이 두 학생은 작년 12월 말 실명으로 사죄문을 게재했지만,학교 측은 이들을 학생상벌위원회에 회부해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대학 사회의 리포트 베끼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동료 학생들의 리포트를 앞뒤 순서를 바꿔가며 교묘하게 베껴내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이제는 겉표지의 이름만 바꿔 내는 대담한 '절도'가 명문대학에서까지 저질러지고 있다.

기존 리포트를 인터넷에서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과제 대행 사이트가 생겨난 것도 대학생들의 리포트 베끼기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해피OOO' '리포트OO' 등 수십개의 리포트 매매 사이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리포트 매매 사이트는 매매 가격의 40% 정도를 중개 수수료로 받고 학생들끼리 과제물을 사고팔도록 하며 P2P 온라인 장터의 역할을 한다.

인터넷 리서치 업체인 엠브레인이 지난해 대학생 2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리포트 구매경험' 조사에 따르면 67.1%인 172명이 '한 번 이상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5.8%는 '리포트 전체를 그대로 활용했다'고 답했다.

수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용자들이 표절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해당 과목 교수와 조교들이 개별적으로 표절을 적발하도록 할 뿐 학교 차원의 대책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고려대와 부산대 등 극히 일부 대학들이 학교 차원의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실적은 신통치 않다.

부산대 조환규 교수는 "표절은 대부분 문단 구성을 바꾸고 문서 형식을 달리하는 등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학내 혹은 전국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표절을 가려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