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딸을 여비서로 고용하고 겁탈한 군수,경찰과 세관ㆍ검찰ㆍ밀수꾼 119명이 연계된 대규모 밀수 사건,수해지역에서 접대부와 술판을 벌인 도지사,노루사냥을 위해 지역 예비군을 동원한 경찰서장,사설 주차장을 차리고 교통경찰에게 주차단속을 시켜 폭리를 취한 철면피 장관….

박양호 전(前) 대통령 특명 암행감사관의 자전에세이 '마지막 암행어사'(화남출판사)에 나오는 부패 공무원들의 한심한 행태다.

저자는 1961년 심계원(현재의 감사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1974년 대통령 특명 암행감사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오랫동안 전국을 돌며 신출귀몰한 '암행어사'로 활약했다. 감사원 사무차장과 한국전기통신공사 감사를 지낸 뒤에는 한국경영ㆍ기술컨설턴트협회장을 세 번이나 맡았다.

그는 조선시대의 유명한 암행어사 박문수가 갖고 다니던 '마패' 대신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명함 1.5배 크기의 '암행 특명장'을 지니고 방방곡곡을 누볐다. 국가기관과 공직자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일 뿐만 아니라 밑바닥 민심까지 파악해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도 했다.

이 책은 공직 비리와 무능을 적발하고 현장에서 즉각 시정조치를 명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장확인 정치' 실상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348쪽,1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