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장기발전위원회가 교육 당국의 현행 대학입학제도 기본 원칙인 '3불(不) 정책'을 '암초 같은 존재'로 비유하며 비난한 지 하루 만인 22일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 사립대 총장들이 다시 3불 정책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학 총장들이 공식 석상에서 집단적으로 3불 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교육 당국과 대학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 158개 사립대 총장들로 구성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3불 정책이 대학 경쟁력을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라고 의견을 모은 뒤 이를 폐지해 줄 것을 정부에 적극 건의키로 했다.

손병두 회장은 "대학 학생 선발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제는 3불 정책을 재고할 때가 됐다"며 "교육 시장도 개방되고 경쟁이 더욱 심해지는데 우리만 이런 제도를 고집한다면 국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립대총장협의회는 각 대학의 의견을 수렴한 뒤 5월4일 전체 총회를 거쳐 정부와 정치권에 사립 대학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참여정부의 금과옥조 같은 '3불 정책'에 사립대들이 지금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최근 확정한 2008학년도 대입안에 교육부가 노골적인 불만을 내비치며 대응 조치할 조짐을 보이자 선제 공격을 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대선 후보들에게 3불 정책과 관련된 전향적인 대책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장 재직 시절 3불 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강도 높은 비난을 했던 정운찬 서울대 교수도 이날 서울대 국제대학원 주최 강연회에서 3불 정책 폐기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와 관련,김광조 교육부 차관보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3불 정책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학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지난 50여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최소한의 사회적인 규약"이라며 "3불 정책을 변함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최근 2008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모집인원의 최대 50%가량을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힌 고려대 연세대 등을 겨냥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제재가 뒤따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총리는 22일 교육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일부 대학이 2008학년도 정시모집 선발인원의 최대 50%까지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국민들과 약속했던 것을 어긴 것으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 용어풀이 ]

◆3불정책=참여정부의 대학입시 핵심정책으로 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금지 등을 의미한다.

이중 본고사는 1997년 본고사를 논술고사 외에는 불허한다는 방침이 나온 이후로 현재까지 금지되고 있으며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는 시행된 적이 없는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