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렬 <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krryoo@rist.re.kr >

윈윈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각자 본연의 일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도움을 줘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누구나 각자의 입장을 추구하며 각자의 입장에서 살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다는 해조류가 많아야 하고 청정해야 한다.

그래야 물고기가 잘 산다.

그런데 언젠가 TV에서 '갯녹음(白化) 현상'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지구 온난화와 함께 산업화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로 우리의 바다가 사막화돼 간다는 느낌의 보도였다.

바다의 기초 생산자이며 물고기들의 서식처인 해조류 밭이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바닷물에는 유용한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지만,해조류의 성장에 필수적인 철 성분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철분을 바다에 공급하는 것이 해조류 서식환경 조성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슬래그(Slag)란 게 있다.

제철 공정의 원료인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낸 후 남은 암석 성분의 부산물이다.

당연히 철 성분이 많이 남아 있다.

바다에 철 성분이 부족하다는 것에 착안해 과학적으로 접근해 봤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1998년 공동으로 착수,2000년 슬래그로 해중림초(海中林礁)를 만들어서 전남 거문도 앞바다에 설치했다.

일반 콘크리트로 만든 해중림초보다 해조류에 미치는 효과가 월등했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효력은 유지되고 있고,동해안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계속 설치되고 있다.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슬래그와 해조류'가 서로에게 윈윈의 관계가 된 것이다.

사실 제철 공정의 부산물인 슬래그를 청정의 대명사인 바다의 해조류와 연관 지어 생각하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것은 문제를 피상적으로 보거나 적당히 절충하지 않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정확한 본질을 파악,제3의 대안을 찾아낸 결과다.

즉 서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넘치는 것은 부족한 쪽으로,불필요한 것은 긴요한 쪽으로 자연스레 움직이도록 해 남거나 모자람 없이 모두가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성실히 수행토록 함으로써 모두의 장점으로 삼은 것이다.

살면서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항상 윈윈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