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제작콘텐츠(UCC)는 정녕 '사고뭉치'인가.

네티즌이 올린 음란 동영상이나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아 충격을 주고 있다.

UCC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할 만큼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음란물 유포,저작권 침해 등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UCC 사업 확장에만 급급한 나머지 부작용 방지를 소홀히한 것도 화근이다.

지난 18일 야후코리아 사이트에 음란 동영상이 6시간 동안 방치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빚은지 이틀 만에 네이버와 다음에서도 음란물 노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오후 8시40분에는 네이버 이미지 검색에 외국 여성의 나체 사진이 게재된 사실이 네티즌 신고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신고를 받고 사진을 삭제했다.

다음 동영상 사이트인 TV팟에는 이날 오후 10시30분부터 7시간 동안 UCC 음란 동영상이 올려졌다.

다음 측은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친 21일 새벽에야 사태를 알아차렸다.

네티즌이 인터넷에 직접 올린 동영상 등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음란 동영상이 네이버 블로그에 20일 동안이나 올려져 말썽이 됐다.

이 동영상은 여러 남자가 한 여자를 집단 강간하는 내용을 담아 충격을 줬다.

지난 1월에는 네이버에서 음란 '망가'(일본 만화)가 올려진 블로그가 검색되는 일도 발생했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문제가 된 동영상이나 사진을 삭제하고 기술적인 검열을 강화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동영상 UCC를 올리는 '야미'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일단 동영상 업로드(올리기)를 막아놓은 상태이고 4월1일께 서비스 전면 중단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네이버 역시 말썽을 일으킨 음란 사진을 바로 삭제하고 음란물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단 모니터 요원을 늘리고 특정 키워드뿐 아니라 음란물을 사전에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UCC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네티즌 의식에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음란물,폭력물 등을 올려놓는 것에 대해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음란 동영상 사건은 UCC가 초래할 문제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인터넷 업계 일각에서는 UCC에 대해 "열지 말아야 했던 판도라의 상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화두가 된 저작권 문제는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넷에 무심코 올린 동영상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이 파산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가 21일 공동 개최한 'UCC 저작권 가이드 컨퍼런스'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대희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UCC 저작권 관련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무수한 소송과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원천 저작권자를 표시해 주고 순수 창작 UCC를 독려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