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는 커졌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하고 기업들의 수출환경은 더욱 악화(惡化)되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고 보면 참으로 걱정이 크다.
실질GNI 증가율이 GDP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반도체 컴퓨터 기계류 등 주요 품목의 수출가격이 하락한 반면 원유를 비롯한 수입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교역(交易)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 무역손실이 확대된 게 주된 이유다.
실제 지난해 연간 실질무역손실액은 전년보다 20조원이상 늘어난 68조원을 기록해 사상최대규모에 달했다.
특히 GNI성장률이 GDP증가율을 밑도는 현상이 11년째 계속되고 있어 더욱 우려가 크다.
수출 여건이 얼마나 힘겨워지고 있는지 한 눈에 드러나는 셈이다.
기업인들이 우리 경제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며 경계감을 높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주요 시장에서 우리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은 턱밑까지 추격해왔다"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지적이나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 경제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언급이 바로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마저 "아시아의 수출 챔피언이었던 한국이 길을 잃었다"며 한국경제를 몽유병(夢遊病) 환자에 비유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으니 정말 한심하기만 하다.
산업자원부장관조차 국정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나쳐 자칫 호들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서로 비판하는데 급급한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이야기할 정도라면 이 정부의 경제 인식이 현실(現實)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들 가운데 왜 유독 한국만 경상흑자가 급감하고 있겠는지부터 냉정히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