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자금 반환이 지연됨에 따라 20일 북핵 6자회담이 공전했다. BDA 문제에 있어 융통성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두문불출하다 오후 늦게 회담장인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 나타나 미국 측과 첫 양자회동을 가졌으나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6개국 대표단은 개점 휴업상태에서 회담 일정을 하루 날려보내고 21일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다.

◆BDA 송금 지연

정부 대표단 관계자는 "금융 절차가 복잡하고 관련된 각측에 특수한 상황이 있어 BDA 동결 해제가 마무리되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내일 아침까지는 모든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BDA는 이날까지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중국은행 계좌로 2450만달러를 일괄 송금키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은 (협상 시작 전에) 동결 계좌 해제가 완료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며 "내일 아침 전체회의가 열린 후 실질적인 토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장국인 중국의 류 젠차오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은 영변 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감독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회담 일정 순연

6개국은 당초 이날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 계획을 간단히 점검하고 비핵화의 다음 단계인 시설 불능화 및 핵물질 신고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하루씩 순연될 전망이다.

우리 대표단은 이날까지 한ㆍ미를 중심으로 한 비공식 접촉에서 큰 틀의 시간 계획표를 만들어 2단계를 추진할 것과 초기 단계 시한인 4월 중순 전에 북한이 신고할 핵목록 협의를 시작하자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에 시설 폐쇄 후 바로 불능화 절차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고 5개국에는 6자 외무장관 회담 날짜를 정하자는 제안을 할 계획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측 대표는 "6자 외무장관 회담의 4월 개최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불능화-테러 지원국 해제 연계

이날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것을 지적하며 "조선의 비핵화 공약만 일방적으로 논의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핵시설 폐쇄를 BDA 문제 해결과 연계시켰던 북한이 불능화를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연계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이 세계은행 등에서 인프라 투자를 확보하고 정상적인 국제 교역을 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에서 빼줄 때까지 불능화 작업을 완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