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신임 전경련 회장은 20일 취임사를 통해 '일하는 전경련' '단합하는 전경련'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전경련 회칙을 서두에 인용했다.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문맥이었다.

그동안 전경련이 제 할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내부 불신과 갈등만 키워왔다는 경제계의 따가운 질책을 염두에 둔 내용이기도 했다.

이날 조 회장의 취임사는 홍보팀에서 미리 준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원고였다.

현재 전경련을 쳐다보고 있는 국민의 시선이나 경제계의 전반적인 정서 등을 의식해 고심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전경련 목표는 '선진경제 달성'

취임 행사에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잘 되도록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제가 잘 된다는 것은 소득과 소비,투자가 증가해 일자리도 늘어나는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전경련의 목표는 바로 이 같은 선진경제를 창달하는 데 있으며,재계의 단합도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경련 내부의 반목을 해소하고 단합을 이룰 방안을 갖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원하는 정책을 구현해나가고,(정책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다들 공감하면 (자연스럽게) 뭉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정책이 우리나라를 잘 살게 만들고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면 (전경련 운영 등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재계의 화합을 정부 정책과의 조율 과정에서 구현해나가겠다는 구상을 나타낸 것이다.

지금까지 신임 전경련 회장이 재계 단합을 위한 '로드맵'을 이런 식으로 밝힌 적은 거의 없었다.

◆법과 제도,글로벌 기준으로

조 회장은 이날 스스로 '신출내기' 또는 '준비되지 않은 회장'이라고 허리를 낮추며 언론의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역대 어느 회장들보다도 전경련 내부 사정에 정통하며 실물 경제에도 밝은 편이다.

그는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조 회장은 전경련 개혁과제에 대해 "개혁은 단지 (무엇을) 바꾸기 위한 바꿈이 아니고 발전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라며 "(전경련이) 회원사에 서비스를 잘못한다든지,제때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든지 등의 지적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출자총액 규제,수도권 규제,상법 개정안 등 재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기 위해선 제도나 룰이 선진화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룰의 기본은 바로 국제화"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룰(규제)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룰과 같아야 선진화가 달성된다는 얘기였다.

◆대선후보 공개 지지 않을 듯

조 회장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창달을 추구하는 분을 선호하겠지만 국민이 다른 사람을 뽑는다면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조 회장은 또 일본 게이단렌과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한·미 FTA뿐만 아니라 한·일 FTA도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일훈/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