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족들의 납치신고를 받고도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20대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9일 술집에서 만난 최모(20·여)씨를 고시원으로 데려가 집단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로 김모(24)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김씨 등은 지난 14일 새벽 3시쯤 서울 노량진동 한 고시원에서 술에 취한 최씨를 번갈아 가며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고시원 주변 술집에서 최씨 및 그의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최씨를 데려가 강제로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특히 당일 새벽 1시쯤 최씨 아버지와 언니, 함께 술 마셨던 친구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데 이어 16일 밤에는 성폭행 피해 신고까지 했는데도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아버지는 “경찰서로 찾아가 딸이 납치당한 것 같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에서 ‘담당업무가 아니다’, ‘이 밤에 대체 누군데 전화하냐’며 호통을 칠 뿐 신속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15일 자신의 딸이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알린 뒤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경찰은 성폭행 사실을 접수하고도 병원에 데려가 성폭행 여부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진규 동작경찰서장은 “실종 신고 접수에서 수색 착수까지 1시간 가량 지체된 점과 성폭행 신고를 받고 나서도 수사를 이틀이나 늦춘 것은 적절치 못했다”면서도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약 7시간 만에 최씨 남자친구에게서 ‘최씨와 만났다’는 전화가 걸려와 수색을 종료했으며 성폭행 신고를 받은 시간이 주말이라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어려워 19일부터 조사키로 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실종 신고 및 성폭행 신고 당시 해당 경찰관들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