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영화촬영소 방문…남북 배우 만남은 불발

평양을 방문 중인 MBC 인기 드라마 '주몽'의 주요 배우들이 북한의 영화 세트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주몽'의 주역 송일국과 한혜진, 전광렬, 오연수, 이계인은 19일 오후 평양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찾아 75만㎡ 부지에 조성된 각종 영화 세트와 북한의 영화 관련 자료를 둘러봤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은 1950년대 한국의 거리를 형상화한 세트장. 촬영소 대외사업국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세트장에 들어선 배우들은 상점과 사진관, 병원, 애견용품점 등이 늘어선 거리를 걸으며 시종 웃음을 지었다.

할리우드 배우 클라크 게이블을 '크라-크 케불'이라고 적은 영화 포스터와 옛날식 간판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이들은 '성병 전문'이라는 안내 문구를 내건 병원 간판을 보고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송일국은 "남과 북이 합작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주몽'이 시작되기 전에 북한에 와서 유적이나 이런 것들을 미리 보고 촬영에 임했다면 마음가짐도 남달랐을 것 같고 북에 와서 촬영할 수 있었다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쉬워했다.

전광렬도 "한국에 있는 세트장 생각이 난다"면서 "연기자들이 평양에 와서 여기에 오니까 고향에 온 것처럼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일본, 중국의 시가지를 옮겨놓은 듯한 세트장과 역도산의 집과 똑같이 지은 건물을 둘러보고 북한 영화 '피바다'와 '꽃파는 처녀'의 대본과 촬영 장비 등이 놓인 전시관에 들러 북한 영화의 발전과정을 훑어봤다.

'주몽'팀은 촬영소에서 북한 배우들을 만나보고 싶은 바람을 표하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이날 세트장에서 촬영이 없어 남북 배우 간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어 송일국 등은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을 방문해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유물을 차례로 관람했다.

이들은 유물 중 평양 력포구역 룡산리에서 출토됐다는 4~5세기 무렵의 금동장식품에서 삼족오(三足烏)의 문양이 보이자 신기해하며 큰 관심을 보였으며 한혜진은 고구려 의복을 입고 서 있는 마네킹을 보며 "촬영하면서 신었던 신발과 똑같다"며 웃음짓기도 했다.

야철대장 모팔모 역의 이계인은 고구려 시대에 만들어진 철검을 둘러본 뒤 "촬영을 할 때 1천℃ 이상의 쇳물 때문에 얼굴이 항상 붉어졌다"며 "쇳물이 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텐데 고구려인들이 철기검을 만드는 데 생명의 대가를 치렀을 것"이라고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4박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주몽'팀은 20일 동명왕릉과 고구려 고분을 돌아본 뒤 21일 귀국한다.

(평양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