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렉슬 33평형에 살고 있는 유모씨(44)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하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아파트 공시가격(11억1200만원)이 발표된 직후 세무사에 전화를 걸어 올해 보유세를 알아보니 각종 부가세를 포함해 700만원이 넘는다는 답을 들었다.

700만원이라는 큰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외식을 할 엄두가 날리가 없다.

"예전부터 살던 10평대 아파트가 재건축돼 집값이 오른 것뿐인데도 투기꾼 취급을 당하고 엄청난 세금까지 두들겨 맞으니 화가 날 수밖에요.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지요.

강남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씀씀이를 줄여야겠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유씨는 보유세를 내기 위해 당장 별도 통장이라도 만들어야겠다며 씁쓸해 했다.

올해 급격하게 늘어나는 보유세 때문에 먹고 쓰는 것조차 줄이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강남과 '버블세븐' 지역으로 불리는 목동 분당 등에서 30~4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샐러리맨들이 바로 그들이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는 50만5000명.이들 가운데 주택 한 채만 갖고 있는 사람들은 18만4000명에 이른다.

대부분은 서울 강남 등에서 살고 있는 중산층으로,소득이 많아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살던 집값이 올라 10억원 안팎의 '고가주택'을 보유하게 된 경우가 많다.

국세청이 분석한 공시가격 8억~10억원(시가 10억~12억원)인 강남권 30평형대 주택의 올해 보유세는 400만~655만원.많게는 작년 도시근로자 가구 월 평균 소득(344만원)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강남에 거주하는 중산층 가운데는 자녀 교육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 등 빚을 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보유세까지 내려면 지출 계획에서 한두 달 월급을 떼내거나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봉수 신세계백화점 판촉팀장은 "정부에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다든가,종부세가 부과되는 시기에는 강남권 백화점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백화점 업계에서는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이 급증하면서 강남의 중산층 소비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종부세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현상은 이미 지난해 12월 나타났다.

연회비가 12만원으로 소득 기준 상위 5%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발급되는 비씨 플래티늄카드의 작년 12월 신용판매 이용금액(2617억원)은 2005년 12월보다 1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05년의 증가율 29.4%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12월에 VIP 고객들의 카드 사용액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은 종부세 납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종부세를 내는 12월 초 VIP 카드고객의 사용액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며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부세 부담이 커진 가구들은 대부분 내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계층"이라며 "세 부담이 늘어나 소비가 위축되면 경기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