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인 중국의 조선 설비투자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A사 관계자)

"질적인 측면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 중국 조선산업이 곧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경고 시그널이다."(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올 들어 중국의 선박 수주량이 우리나라를 두 달째 앞지른 것으로 19일 밝혀지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구조조정과 막대한 설비투자,낮은 인건비 등을 앞세워 '타도 한국 조선'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맹렬한 추격에 국내 조선 업체들도 갈수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조선산업

중국은 1990년대 말부터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는 동시에 엄청난 설비투자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를 1998년 CSSC와 CSIC(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로 분할하면서 조선산업의 경쟁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2015년 건조량 35%를 달성해 세계 1위 조선국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초대형유조선(VLCC) 등과 같은 초대형 선박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를 현재 9개에서 2015년까지 17개,대형 도크도 2015년까지 23기로 늘려 현재 15기인 우리나라를 앞지른다는 목표다.

이 같은 중국의 막대한 설비투자 효과는 벌써부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은 수주량 부문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급기야 올 들어서는 비록 두 달 동안이긴 하지만 세계 1위 한국마저 앞질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의 대형 선박 건조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고부가가치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말 중국 조선소의 중·대형 선박 수주 비중은 42.5%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에는 74.5%로 5년 새 30%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초창기 벌크선 위주로 수주하던 중국이 중·대형선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며 "중국은 갈수록 액화천연가스(LNG)선,초대형 컨테이너 등 초대형 선박 수주에 집중할 것이고,이런 추세는 중국의 대형 조선소 건설 작업이 마무리되는 2010년 이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국,제2의 일본 되나

이처럼 중국의 추격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국내 조선업체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물론 기술력에서 우리 조선은 중국을 10년 이상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960년대부터 무려 40년간 세계 조선업계를 평정했던 일본을 한국이 추격했듯,이르면 4~5년 후 우리 역시 중국에 조선 최강의 자리를 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선산업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중국에 비해 원가구조가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은 우리가 앞서고 있지만 중국 역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선박 건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