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일본 등 선발 국가의 견제와 중국 등 후발 국가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며 '넛크래커 위기론'을 제기한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현대차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았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현대차가 경쟁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악전고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폭발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이들 국가에서 현대차는 환율과 노사분규 악재에도 불구하고 판매 확대에 진력하고 있으나 시장 성장률에 못 미치는 판매 증가율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BRICs 중에서도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곳은 러시아.2005년까지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달렸던 현대차는 지난해 포드에 선두를 내준 데 이어 올 들어서는 도요타와 시보레에마저 추월당해 4위로 밀려났다.

2005년 15.4%에 이르렀던 시장점유율은 올 들어 2월 말 현재 8.7%로 내려앉았다.

최근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60~70%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판매 증가율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에서 현대차의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5.1%,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3.7%에 그치고 있다.

중국에서도 올해 출발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업계 4위를 차지했던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2월 말까지 올해 판매량 순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모델별 판매량에서 3위를 차지했던 현대차의 주력 차종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XD)는 도요타 캠리에 밀리며 5위로 떨어졌다.

특히 판매순위 4위인 치루이자동차 등 중국 토종 업체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아 향후 전망도 예전같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도 시장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8.5%의 시장점유율로 인도시장에서 2위를 지켰지만 올 들어서는 3위로 내려앉았다.

현지 생산공장이 없는 브라질에서는 더욱 힘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매년 7~8%에 달하는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브라질에서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0.4%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실지(失地) 회복'을 위한 현대차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상반기 중 최고급 SUV로 개발한 '베라크루즈'를 출시하기로 했다.

인도에서는 뉴겟츠와 겟츠 디젤모델,PA(프로젝트명) 등 현지 맞춤형 소형차를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