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국내 증시를 떠받친 최대 매수세력은 외국인일까,아니면 기관일까.

정답은 뜻밖에도 전혀 다른 곳이다.

바로 상장 기업들이 사들인 자사주가 증시의 최대 큰손으로 부상한 것이다. 상장사들은 최근 5년간 15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증시에 쏟아부으며 주가를 끌어올린 주역을 해냈다.

1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지난 16일까지 5년여간 상장사의 자사주 순매입 규모는 모두 14조9824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누적 순매수 규모는 7조6816억원에 그쳤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의 실질 자금 투입액은 상장사 자사주 금액의 절반에 그친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 금액은 1조6506억원에 불과했고,개인은 22조24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장사 자사주 매입은 특히 주가가 본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05년부터 급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상승으로 자사주 매입이 늘어났다기보다는 거꾸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규모를 대거 늘리기 시작하면서 수급이 탄탄해져 주가가 상승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도 무려 2조1712억원에 달하고 있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자금 투입 없이는 제대로 굴러가기 힘든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되짚어보면 이는 증시가 기업들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변해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