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폭탄'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 여력이 큰 고소득자들은 물론 강남의 30평형대에 거주하는 샐러리맨들까지도 1년에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보유세를 부담하게 됨에 따라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경기 회복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은 모두 50만5000가구.작년의 34만1000가구보다 48% 늘어나는 것이다.

종부세 세수 규모도 2조8814억원으로 작년의 1조7179억원에 비해 1조1635억원,68% 늘어날 것으로 추계됐다.

문제는 강남권 중형 평수에 거주하는 샐러리맨들도 대거 종부세 납부자로 포함됐다는 점.국세청은 공시가격 8억~10억원(시가 10억~12억원) 수준인 강남권 30평형대 주택의 종부세 재산세 등을 합친 올해 보유세가 400만~655만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많게는 작년 도시근로자 가구 월 평균 소득(344만원)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유세 폭탄이 1차적으로 강남권 30평형대에 사는 30~40대 맞벌이 부부의 소비를 급격하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종부세를 내려면 적금을 부어야 할 처지"라는 푸념이 터져나오고 있다.

김봉수 신세계백화점 판촉팀장은 "정부에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다든가,종부세가 부과되는 시기에는 강남권 백화점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백화점 업계에서는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강남의 중산층 소비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종부세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현상은 이미 지난해 12월 나타났다.

연회비가 12만원으로 소득기준 상위 5%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발급되는 비씨 플래티늄카드의 작년 12월 신용판매 이용금액(2617억원)은 2005년 12월보다 1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05년 증가율 29.4%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12월에 VIP 고객들의 카드 사용액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은 종부세 납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종부세를 내는 12월 초 VIP 카드 고객의 사용액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며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들이 지갑을 닫는 것도 문제지만,부동산시장 냉각에 따른 투자 위축도 근본적인 고민거리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올 한 해 건설 투자는 지난해와 거의 같거나 늘어나더라도 증가폭이 1%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 정책에 따른 분양시장 냉각,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등에 따른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등이 경기 회복에 근본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종부세 부담이 커진 가구들은 대부분 내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계층"이라며 "세 부담이 늘어나 소비가 위축되면 경기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정부가 집값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경제 전반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