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 본 기업도시] 태안 기업도시 현장 가보니…서울·수도권서 2시간이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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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지역경제 회복" 부푼 꿈
지난 12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계동사옥을 떠난 차는 서해안고속도를 따라 막힘없이 달렸다.
충남 홍성IC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이곳에서 20분을 더 가자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들어설 442만평의 광활한 간척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들어선 4차선의 96번 국지도 역시 막힘없이 시원하게 움직였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은 여느 농촌 들녘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인터체인지에서 10분 정도 지나자 풍경은 돌변했다.
서산방조제와 천수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무려 7.7km의 거대한 서산방조제가 눈 앞에 펼쳐졌다.
1984년 초속 8m의 빠른 물살 때문에 막판 방조제 공사가 난항을 겪자, 폐유조선으로 물길을 틀어막은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방조제였다.
서산간척지는 간월호를 둘러싼 A지구 1900만평과 부남호를 끼고 있는 B지구 1200만평으로 이뤄졌는 데,태안기업도시는 B지구 왼편에 자리 잡게 된다.
B지구 오른쪽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방북(訪北) 때 몰고 갔던 소를 키운 목장이 있다.
이른바 '소떼 방북'의 출발점인 셈이다.
지금도 이 목장에는 소 2700여마리가 자라고 있다.
마침내 도착한 태안기업도시 예정 부지는 끝이 안보이는 광활한 논으로 이뤄졌다.
바닷바람이 제법 매서웠지만 일부 논배미에는 이미 찰랑찰랑 물이 차 있어 올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집채만한 트랙터 3대가 언제든지 논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처럼 목가적 풍경의 서산간척지는 앞으로 3년 뒤엔 골프장이 들어서고 2020년까지는 테마마크 등 세계적인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후엔 서울·수도권은 물론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와 아산신도시 등 전국 도시와 서해 건너 동남아 국가에서까지 연간 77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향후 13년 후에 일산신도시 만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생겨날 것에 가장 설레는 사람들은 태안군 주민들이다.
태안읍 반곡리에 사는 문채흥씨(74)는 "경제력이 취약한 태안군을 상전벽해로 뒤바꿀 '명품 관광레저도시'가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해 태안 군민들의 기대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실제 태안군 주민들은 2005년 농림부가 서산간척지의 절대농지 변경허가를 보류하자 버스 26대를 대절해 서울에서 항의집회를 열 정도로 기업도시 유치에 열성적이다.
강홍순 태안군 기업도시 개발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이곳에서 수십년째 살지만 지금도 태안은 낙조 등 자연풍광이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다"며 "50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다고 하는 데 발아래 철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면 어떻겠느냐"고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한때 8만명을 넘어섰던 충남 태안군의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6만5000명까지 감소했다.
과거 서산간척지 사업 초기에는 바다에 기대어 살던 많은 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됐지만 경제활력을 되찾기는커녕 재산권 행사에 되레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같은 어려움이 지속된 탓에 주민들의 태안 기업도시 개발에 대한 바람은 유난하다.
지역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데는 이만한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태안군 남면 진산리 최유일씨(76)는 "몇년 전 안면도 꽃박람회를 보겠다며 외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지역 경제가 크게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김영오 태안군 기업도시 개발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안면도에 콘도미니엄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민박을 치던 주민들이 장사가 안 돼 전부 망할 것이라며 난리가 났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는 등 덕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태안군청도 기업도시 성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태안군은 작년 1월 기업도시개발지원사업소를 만들어 10명의 전담직원들이 현대건설의 기업도시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유태권 사업소장은 "기업도시가 성공적으로 건설되면 태안군에 내게 될 세금만도 연 300억원 정도로 급증해 태안군 재정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고, 아울러 1만5000명의 인구 유입이 이뤄지면서 많은 일자리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기업도시 부지조성 공사가 10% 이상 진행될 경우 주택용지 등 용지 분양이 가능해져 사업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보통 5년 이상 걸리는 골프장 인·허가도 기업도시특별법의 지원을 받으면 2년6개월 정도면 받을 수 있다"며 "현재 금융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이나 직접투자 등의 형식으로 참여의사를 밝혀왔고 공공기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지난 12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계동사옥을 떠난 차는 서해안고속도를 따라 막힘없이 달렸다.
충남 홍성IC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이곳에서 20분을 더 가자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들어설 442만평의 광활한 간척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들어선 4차선의 96번 국지도 역시 막힘없이 시원하게 움직였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은 여느 농촌 들녘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인터체인지에서 10분 정도 지나자 풍경은 돌변했다.
서산방조제와 천수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무려 7.7km의 거대한 서산방조제가 눈 앞에 펼쳐졌다.
1984년 초속 8m의 빠른 물살 때문에 막판 방조제 공사가 난항을 겪자, 폐유조선으로 물길을 틀어막은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방조제였다.
서산간척지는 간월호를 둘러싼 A지구 1900만평과 부남호를 끼고 있는 B지구 1200만평으로 이뤄졌는 데,태안기업도시는 B지구 왼편에 자리 잡게 된다.
B지구 오른쪽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방북(訪北) 때 몰고 갔던 소를 키운 목장이 있다.
이른바 '소떼 방북'의 출발점인 셈이다.
지금도 이 목장에는 소 2700여마리가 자라고 있다.
마침내 도착한 태안기업도시 예정 부지는 끝이 안보이는 광활한 논으로 이뤄졌다.
바닷바람이 제법 매서웠지만 일부 논배미에는 이미 찰랑찰랑 물이 차 있어 올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집채만한 트랙터 3대가 언제든지 논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처럼 목가적 풍경의 서산간척지는 앞으로 3년 뒤엔 골프장이 들어서고 2020년까지는 테마마크 등 세계적인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후엔 서울·수도권은 물론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와 아산신도시 등 전국 도시와 서해 건너 동남아 국가에서까지 연간 77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향후 13년 후에 일산신도시 만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생겨날 것에 가장 설레는 사람들은 태안군 주민들이다.
태안읍 반곡리에 사는 문채흥씨(74)는 "경제력이 취약한 태안군을 상전벽해로 뒤바꿀 '명품 관광레저도시'가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해 태안 군민들의 기대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실제 태안군 주민들은 2005년 농림부가 서산간척지의 절대농지 변경허가를 보류하자 버스 26대를 대절해 서울에서 항의집회를 열 정도로 기업도시 유치에 열성적이다.
강홍순 태안군 기업도시 개발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이곳에서 수십년째 살지만 지금도 태안은 낙조 등 자연풍광이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다"며 "50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다고 하는 데 발아래 철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면 어떻겠느냐"고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한때 8만명을 넘어섰던 충남 태안군의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6만5000명까지 감소했다.
과거 서산간척지 사업 초기에는 바다에 기대어 살던 많은 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됐지만 경제활력을 되찾기는커녕 재산권 행사에 되레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같은 어려움이 지속된 탓에 주민들의 태안 기업도시 개발에 대한 바람은 유난하다.
지역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데는 이만한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태안군 남면 진산리 최유일씨(76)는 "몇년 전 안면도 꽃박람회를 보겠다며 외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지역 경제가 크게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김영오 태안군 기업도시 개발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안면도에 콘도미니엄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민박을 치던 주민들이 장사가 안 돼 전부 망할 것이라며 난리가 났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는 등 덕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태안군청도 기업도시 성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태안군은 작년 1월 기업도시개발지원사업소를 만들어 10명의 전담직원들이 현대건설의 기업도시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유태권 사업소장은 "기업도시가 성공적으로 건설되면 태안군에 내게 될 세금만도 연 300억원 정도로 급증해 태안군 재정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고, 아울러 1만5000명의 인구 유입이 이뤄지면서 많은 일자리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기업도시 부지조성 공사가 10% 이상 진행될 경우 주택용지 등 용지 분양이 가능해져 사업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보통 5년 이상 걸리는 골프장 인·허가도 기업도시특별법의 지원을 받으면 2년6개월 정도면 받을 수 있다"며 "현재 금융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이나 직접투자 등의 형식으로 참여의사를 밝혀왔고 공공기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