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복귀, 참여정부 비서실의 마무리를 떠맡게 됐다.

지난해 5월 민정수석 자리를 떠난 지 10개월만에 비서실의 수장으로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곁으로 돌아온 것. 청와대 직제에 있는 참모로만 따지면 이번이 그에겐 4번째 자리다.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1년간 지낸 그는 2004년 5월 신설된 시민사회수석으로 기용됐다가 2005년 1월 민정수석에 재기용됐었다.

그는 야인으로 있을 때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 간사로 활동했고, 작년 10월부터는 무보수 명예직인 대통령 정무특보로 일해왔다.

거의 4년 내내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나 주변에서 보좌한 셈이다.

노 대통령이 항간의 예상대로 문 전 수석을 '참여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은 무엇보다 둘만의 각별한 인연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인권변호사로 함께 한 시간을 합치면 25년간 호흡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인생행로는 물론이고 성향 면에서도 문 실장은 노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경남고를 나와 4년 장학생으로 경희대에 입학한 그는 70년대 유신반대의 선봉에 섰던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75년 총학생회 간부로 학내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돼 학교에서 제적되고 공수부대에 강제 징집됐다.

80년 복학해 사법시험(22회) 2차에 합격했지만 5.17 때 복학생협의회 활동으로 문제가 돼 계엄령 위반으로 구금되는 등 투옥을 되풀이했다.

그 해 6월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시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풀려나 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지만 시위 전력 때문에 법관 임용에서 탈락하자 미련없이 귀향했다.

그 때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사람이 노 대통령이었다.

두 사람은 이후 부산.경남지역에서 시국.노동사건 변론을 도맡다시피 하면서 동업자에서 동지적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 문 실장을 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언제나 냉정하고 신중하며 권세나 명예로부터 초연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대선 한 달 전인 2002년 11월에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했다.

문 실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인물평처럼 문 실장은 공사(公私)간 구별이 뚜렷하고 매사에 원칙을 따진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원칙주의자' '선비' '대쪽'이란 꼬리표가 이름 앞에 따라붙지만, 한편으로는 "말이 안 통한다.

답답하다"는 원성이 여권 내부에선 끊이지 않았다.

이런 불만은 작년 8월 법무장관 인선 때 노 대통령이 "대통령의 인사권이 침해받았다"며 '문재인 카드'를 접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여권 인사는 "과거 민정수석은 여야 정치권의 민원과 청탁을 들어주는 자리였는데 문 수석이 온 뒤로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가슴이 굉장히 따뜻한 분이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해선 아주 명확하고 단호하다"고 말했다.

2004년 총선 때에는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청와대에서 '왕수석' 노릇 그만하라"며 부산 출마를 압박하자 "정치는 체질적으로 안 맞는다"며 사표를 던진 일화가 있다.

문 실장은 업무를 철두철미하게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사회,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어 벌써 비서실내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재직 때 그가 다룬 업무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과정에서 안질환에다 잇몸병이 생겨 인공치아를 10여개나 심었다.

한 비서관은 "아주 사소한 문제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어 보고서 올리는 사람들 입장에선 긴장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수부대에서 수중폭파병으로 근무해 수영과 스쿠버다이빙 실력이 수준급이고, 들꽃과 나무에 전문지식을 갖고 있으며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올 정도로 등산 애호가다.

음악과 미술 등 예술 분야에도 조예가 깊다.

▲경남 거제(54) ▲경남고 ▲경희대 법대 ▲사법고시 22회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 ▲민변 부산.경남 대표 ▲노무현 대선후보 부산선대위원장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정무특보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