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아르빌지역 약 100만평 규모의 야트막한 구릉지에 자리 잡은 자이툰부대.지난 8일 어둠이 막 깔리기 시작한 오후 5시30분께 빨간색 차량 한 대가 부대 정문을 향해 돌진해 왔다.

아르빌 현지인 치안 병력이 맡고 있는 제1검문소는 이미 뚫린 상태.제2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자이툰부대 초병들은 재빨리 바리케이드를 친 후 K1 소총으로 무장하고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그 사이 검문소 뒤쪽에 위치해 있던 중무장한 장갑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차단한다.

이어 K4유탄발사기 등을 갖춘 방탄차량 4대에 분승한 신속대응부대원(QRF)들이 대응에 나섰다.

자이툰부대를 겨냥,차량 폭탄테러를 감행하려 했던 테러리스트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한국군 해외 파병 부대 중 부대원 2300여명으로 최대 규모인 자이툰부대는 가상 테러공격에 대비,수시로 이 같은 상황조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다산부대 윤장호 하사의 전사 사건이 있은 이후 경계는 크게 강화됐다.

김종규 자이툰부대 111재건대대 1지역대장(육군 소령·40)은 "2004년 9월 부대 전개 이후 자이툰부대는 단 한 건의 테러공격도 받지 않았다"며 "그러나 아프간 테러사건 이후 유사시에 대비해 수시로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 초소를 지키고 있는 정수길 중사(29)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방탄 헬멧과 방탄 조끼를 항시 착용하고 근무한다"며 "부대를 출입하는 외부인과 차량은 군견 등을 이용해 정밀 검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테러 사태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자이툰부대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에 있는 합동참모본부에서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이후 부대 정문에 콘크리트 장애물도 추가로 설치했다.

현지 치안 병력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테러 첩보 등을 사전에 입수,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부대 차원에서 장병들의 동요에 대비해 정신교육도 실시했다.

부대원들은 한국에 있는 부모님 등 가족들에게 일일이 안부 전화를 걸었다.

대민지원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강희준 상병(26)은 "당시 집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께서 많이 걱정하셨다"며 "그러나 자이툰부대는 매우 안전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켜 드렸다"고 말했다.

실제 아르빌 지역에서는 2005년 7월 이후 단 한 건의 테러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외부의 테러공격뿐만 아니라 부대 내 안전사고도 '제로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장병들이 전장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여가생활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병들은 일과 시간 중 체육관에서 매일 2시간씩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등 각종 헬스기구와 탁구대 등을 갖춘 부대 내 체육관은 모두 세 곳으로 동시에 300여명을 수용한다.

일과 후에는 게임 장기 등 오락을 즐기고 국제전화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황중선 자이툰부대 사단장(육군 소장)은 "부대원들이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고국에 돌아갈 수 있도록 부대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이툰부대는 현재 2300여명인 부대원을 내달 말까지 1250여명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파병 기간은 올해 말까지로 연장돼 있는 상태다.

아르빌(이라크)=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