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8일 오후 3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40분간 `헌법개정 시안 발표에 즈음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의 임기 1년 단축을 전제로 각 당과 대선주자들이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정할 경우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와 국회로 넘길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요지.

▲대통령 단임제는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정치를 훼손하고, 국가적 전략과제 추진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불일치에 따라 전국단위 선거가 수시로 치러지면서 선거 때마다 `정권 심판론'이 제기되고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심화됐다.

중요한 정책이 선거에 가까워지면 선거용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 상황을 연상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국정 혼란과 갈등 요인을 제거하고, 대통령과 국회가 보다 책임 있게 국정에 임하도록 해야한다.

저는 이번에 제안하는 이 개헌안이 지고지선도 아니고 완벽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권력구조에 관한 저의 소신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 개헌안을 제안하는 이유는 1단계 개헌을 통해 개헌의 장애요인을 제거함으로써 향후 대한민국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합의하는 본격적 개헌 논의의 첫 관문을 열어 놓자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저의 개헌 제안이 정략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어째서 정략인지 아무런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근거와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제시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오늘 제 정당과 대선 후보 희망자들에게 촉구한다.

이번 개헌은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에게도 유.불리를 따질 이유가 없다.

역사와 국가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정부가 내놓은 헌법 개정 시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화를 촉구한다.

한나라당은 `차기정부 개헌'을 주장하면서도 그 내용과 일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책임있는 공당과 정치 지도자라면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일치를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몇년 몇월에 할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을 때 유야무야 또 뒤로 밀리고 말 것이다.

새로운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이 문제들에 대해 제 정당과 대선후보 희망자들이 책임있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저는 제 정당 대표 및 대선후보 희망자들과 개헌의 내용과 추진 일정 등에 대해 대화하고 협상할 뜻이 있음을 밝힌다.

각 당이 당론으로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개헌의 내용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것이 합의가 되거나 신뢰할 만한 대국민 공약으로 이뤄진다면 저는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와 국회에 넘길 용의가 있다.

다만 이 합의나 공약에는 차기 대통령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도 다시 개헌을 연기하지 않기 위해 적어도 이후의 개헌 논의에서 지금 제가 제안한 이 정도의 내용은 반드시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는 것을 당론으로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

저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응답이나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저는 저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다음 임시국회에 맞춰 개헌안을 발의토록 하겠다.

제 정당 및 대선후보 희망자들이 저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고 책임 있게 임하여 이른 시일 내에 신뢰할 만한 대안이 국민 앞에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