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라벨이다.

라벨을 보면 원산지,생산자,포도 품종 등 와인의 아이덴티티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와인 메이커들이 보다 매력적인 라벨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와인 메이커들의 이러한 노력은 비단 앞 라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흔히 앞 라벨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뒷 라벨을 도외시하곤 하는데 뒷 라벨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지 알면 앞으로 소홀히 하기 힘들 것이다.

뒷 라벨은 앞 라벨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준다.

맛과 향을 포함한 와인의 스타일은 물론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하기도 한다.

와인 비평가들의 테이스팅 노트나 코멘트를 인용해 와인의 품질을 추측하도록 돕는다.

특히 초보자에게는 와인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을 때 정말 요긴하다.

와인에 대한 에피소드 등을 사용해 재미있게 엮어 뒷 라벨을 꾸민 경우도 있다.

원산지의 기후와 포도밭의 상태를 전반적으로 알려주며 해당 지역의 와인 품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보관방법까지 전하는 역할도 뒷 라벨 몫이다.

친절하게도 원산지의 지도를 담은 라벨도 있다.

만약 시칠리아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뒷 라벨의 지도를 보고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와인의 뒷 라벨은 와인 메이커가 와인 소비자에게 그들의 와인을 최대한 자랑하기 위한 의사 소통의 장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마셔보지 않은 와인을 뒷 라벨을 통해 간접 경험하고 즐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물론 모든 상품이 그렇듯 생산자는 자신의 생산품에 대해서 결코 비판적인 평가를 적어 놓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뒷 라벨이 모든 와인에 붙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랑스 보르도나 버건디 지역 와인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뒷 라벨에 사용된 언어 문제다.

라벨의 99% 이상이 생산국 언어인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등으로 표시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팔리는 와인은 소비국 언어로 번역해서 붙여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앞 라벨은 쓰이는 단어가 제한적이고 많이 접하는 것들이지만 뒷 라벨은 서술형이어서 해당 언어를 모르면 없느니만 못할 지경이다.

번역을 하면 와인메이커가 의도한 의미를 100% 전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지만 와인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글로 된 와인 뒷 라벨을 많이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