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소비자는 그리 행복하지 않다.

새로 산 컴퓨터가 기존에 쓰던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안 돼 며칠을 허비하기 일쑤며,애프터서비스 센터는 늘 통화 중이다.

인터넷 회원 탈퇴나 휴대폰 해지도 가입 절차보다 열 배는 어렵다.

공항에는 2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고,병원의 대기 시간이 진료받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수리를 받으면 이내 다른 이상이 생겨 다시 손봐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관공서에서는 항상 줄을 서야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비슷한 유형의 상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적지않은 '선택의 부담'을 안고 산다.

어떤 회사 전자제품을 사야 할지,주식과 펀드 투자는 무슨 종목이 괜찮은지,또 전화 통신은 어느 서비스가 좋은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결국 소비 행위를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공급자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린 솔루션'(제임스 워맥.다니엘 존스 지음,이진원 옮김,바다출판사)은 소비자에게 아무 대가도 없는 이런 일들을 '무임금 노동'으로 규정하고,공급과 소비 프로세스의 단순 효율화가 대안이라고 말한다.

기다리는 시간과 선택의 수(數)를 줄여 소비자가 떠안고 있는 낭비 요소부터 '날씬하게(Lean)' 만들어주면 기업 경쟁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지적 피드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새로운 프로세스를 창출하며,변화에 필요한 리더십을 유지하는 요령 등 '린 솔루션 기업 만들기'를 단계별로 정리했다.

'신발업체 나이키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비싼 노동력을 활용한다.

한 사람 인건비는 시간당 15달러 정도.중국 공장의 80센트에 비해 20배나 비싼 편이다.

하지만 고객 맞춤형 제품을 택배로 빨리 배달하기 때문에 동남아에서 만들어 소매점을 통해 파는 것보다 총비용은 적게 든다.

이는 주문한 시일 내 자신이 원하는 색상과 재료,로고를 만들어 신을 수 있다면 기꺼이 웃돈을 지불한다는 소비자들의 가치를 일찌감치 파악한 결과다.'

5인승 비행기 수백 대를 에어택시로 운영해 공항에 막 도착한 승객들을 최종 목적지까지 나르는 계획을 세운 아메리칸 항공,서비스 비용을 3분의 1로 줄인 반면 고객 편의성은 최대치로 증대시킨 자동차 딜러들,환자의 대기 시간을 짧게 하면서 치료 결과를 개선한 건강관리 분야의 혁신,소매 판매에 큰 획을 그은 테스코의 성공도 눈길을 끈다.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모델로 삼을 가치가 충분한 사례들이다.

저자들은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제는 대량 생산 기술과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걸기보다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진보적인 전략을 수립,국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최근 원화 강세를 맞아 수출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라면 공감할 만하다.

작년 출간된 '린 싱킹'의 후속작.440쪽,2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