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LCD TV 점유율 1위인 샤프는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세계 시장 점유율 11.5%로 소니(16.1%), 삼성전자(15.0%)에도 뒤진다.

이들을 따라잡기위해 샤프가 승부수를 던졌다. 49세로 보수적인 일본 재계에선 상대적으로 젊은 가타야마 미키오 전무를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으로 발탁한 것. 자신보다 선배인 6명의 임원을 제치고 톱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일본 언론도 파격이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사장을 맡아왔던 마치다 가츠히코(63)는 회장으로 선임됐다.

샤프는 요즘 잘 나간다. 이달 말 끝나는 2006 회계연도에 창사 후 처음으로 매출이 3조엔을 넘고 경상이익도 4년 연속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샤프는 LCD TV 호조로 지난해 4~9월(상반기) 813억엔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일본 내 LCD TV 점유율도 44%로 경쟁사인 소니(21.0%)를 앞도했다.

문제는 해외시장에서 부진하다는 점. 가타야마 신임 사장도 이 부분의 혁신을 주창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브랜드력을 강화해 해외시장에서 한국 대만 등 경쟁사를 확실하게 이기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샤프는 지난해 업계 최첨단의 LCD TV 생산기지인 가메야마 공장을 완공,발진의 토대를 갖췄다.

가타야마 사장은 디지털 가전 업계에서 'LCD의 왕자'로 불릴 정도로 인정받는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다.

1981년 도쿄대 공대를 졸업하고 샤프에 입사한 후 첫 5년간을 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보냈다.

1998년 40세의 젊은 나이에 LCD 사업 부장에 취임해 경쟁사에 밀려 적자에 허덕이던 LCD 부문을 회사의 알짜배기 사업으로 키워내 일찍부터 차기 최고경영자 감으로 꼽혀왔다.

나이 많은 고참 부하 사원을 잡음 없이 통솔할 정도로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도 듣고 있다.

마치다 회장은 "사람 장악력과 통솔력을 갖춘 경영자"라고 치켜세웠다.

일본 언론은 가타야마 사장이 조용하고 다소 내성적인 기술자 스타일의 성격이지만 경영면에서는 결단력이 있고 과감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막 태양전지 개발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LCD TV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 나가면서 새로운 수익원인 태양전지,휴대전화,고급 백색가전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독창적인 제품을 창출하는 샤프의 제조(모노츠쿠리) 유전자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