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게이머 수천 명을 고용해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쓰이는 사이버머니를 모은 뒤 국내 게이머들에게 팔아 100억원가량 벌어들인 업체가 탈세 혐의로 적발됐다.

26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모씨(55)는 2003년 말 서울에 A사를 세운 뒤 중국인 모집책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수천 명의 게이머를 고용했다.

이들에겐 불법으로 만든 한국인 주민등록번호와 게임이용료를 주고 '리니지'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머니인 '아덴'을 모으게 했다.

이씨는 이렇게 모은 '아덴'을 인터넷을 통해 국내 게이머들에게 팔아 2005년 말까지 무려 95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판매대금 42억원을 자신의 개인명의 계좌에 온라인 송금받는 방식으로 빼돌렸으며 53억원은 종업원과 친·인척 19명의 명의를 빌려 판매하는 수법으로 누락,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게임머니의 경우 실물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자진해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관련 내역을 찾기 어렵다"며 "이씨의 경우 누락된 소득 95억원에 대해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세 등 109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날 이씨를 포함한 자영업자 312명을 대상으로 작년 11월부터 4차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세무조사를 벌여 2096억원(1인당 평균 6억7000만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3년부터 3년간 1조911억원을 벌어 5777억원만 신고하고 5134억원은 누락시켜 평균 소득 탈루율이 47.1%에 달했다.

특히 소득세 수정신고를 권장받고도 불응한 26명은 탈루율이 84.9%나 됐고 고액 과외·입시학원과 대형 사채업자,사행성 게임장 등 51명도 72.6%의 소득을 숨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 외에도 입시학원장 이모씨(51)는 수강료를 개인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송금받아 2003~2005년 3년간 15억원의 소득을 탈루했다.

또 부동산 매매업자 김모씨(47)는 100평형대 고급주택 15채를 신축해 분양하면서 동호인들이 직접 대지를 사서 지은 것처럼 처리해 분양수입금 187억원을 누락했다가 적발됐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의사 변호사 사채업자 등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315명에 대해 5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대상은 연말정산 자료 제출에 불응한 병·의원(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안과 한의원) 등과 변호사 법무사 건축사 등 전문직 96명 △유흥업소 사우나 학원 등 현금수입업종 73명 △집단상가 내 사업자 사채업자 등 유통관련업종 70명 △부동산 임대·분양업자 및 고가 해외부동산 취득자 등 76명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