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항소심 형량을 1심 형량보다 낮추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1심 판결의 위상을 높여 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1심 판결에 대한 높은 파기율과 양형 변경률로 항소가 남발돼 결과적으로 1심 판결의 의미가 크게 퇴색돼 왔다. 개별 재판부가 형량을 정하는 법원의 특성상 이같은 방침은 앞으로 순차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항소율은 합의 사건의 경우 52.3~56%,단독사건의 경우 26.7~30.7% 사이에서 변동했다. 또 지난해 고등법원의 항소 기각률이 51.5%,파기율이 48.5%에 이르는 등 전체 사건의 36.9%가 양형변경이 이뤄졌다. 특히 우리나라의 1심 변경률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기준으로 합의 사건의 경우 23.9~29.0%에 달해 4% 미만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감소추세를 보이던 전국 법원의 항소율도 지난해 31.2%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법원은 이처럼 항소가 남발되는 이유로 높은 파기율과 파기 후 양형이 변경되는 비율이 높은 점을 꼽고 있다. 또 항소를 할 경우 미결수 신분을 유지하고 벌금납입을 유예하는 등 항소를 통한 사실상의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피고인 입장에서도 항소 후 양형변경 비율이 높은 사실을 감안할 때 항소 및 감형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처럼 양형변경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대법원은 항소심 형량변동을 줄여 1심판결의 위상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특히 공판중심주의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서는 제1심의 강화가 필수적인데 이번 조치가 1심 강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판중심주의를 일관되게 실현하려면 불가피하게 기록 중심의 심리를 하는 상급심으로서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1심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항소심 구조를 개선,1심 심리의 충실도를 높이고 형사소송법의 항소심 관련 규정을 개정해 법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항소심에서의 대략적 양형기준과 함께 파기기준도 마련키로 했다.

또 가급적 1심 판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고등법원 단위 항소심 양형실무위원회 등을 통해 법관들이 양형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양형기준을 정립해 나가기로 했다.

법무법인 민우 문흥수 변호사는 "1심재판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1심재판부 구성을 현재보다 비중있는 법관들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