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아줌마? 나 아줌마 아니야…"라며 애꿎게 아이에게 소리치던 김삼순. 그녀의 나이 겨우 스물아홉인데 아줌마라는 오해를 샀으니 억울할 만도 하겠다. 1990년대 같았으면 나이 스물아홉 여성의 십 중 팔구는 기혼여성이니 그렇다 쳐도,지금은 스물아홉 꽃다운(?) 나이에 아줌마가 돼 있는 여성이 반도 채 되지 않으니,괜한 싸움을 피해가려면 여성들에게 함부로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은 일단 삼가는 것이 좋겠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90년 24.6세에서 2005년 27.9세로 증가했다. 40세까지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도 전체 여성의 10%에 육박한다. 결혼했다가도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싱글 상태가 되는 돌싱(돌아온 싱글)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쌍춘년을 이유로 한시적인 결혼 러시가 있기도 했지만,결혼이 주는 매력이 예전만 같지 않아 결혼을 미루거나 안하려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경제학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싱겁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학 역시 '사랑'과 '편익'을 결혼의 주요 요소로 꼽는다. 여기서 두 남녀 간의 '사랑'은 커플의 궁합(match quality)과 같이 확률에 좌우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짜릿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운명이란 것이다.

'편익'에 대해서는 좀 더 경제학다운 설명이 가능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Gary Becker)는 결혼이 거래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각 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에 특화해 교역하면 모두가 이익을 얻듯이,비교 우위가 다른 여성과 남성이 만나 서로 잘하는 일에 특화하면 양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은 자녀를 낳고 양육하며 집안일 하는데 전념하고,남성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면 결혼이 주는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베커의 세계에서는 서로 다른 점이 많은 남녀가 혼인하면 특화와 교환에 따르는 편익이 증가해 결혼 생활로부터 더 많은 행복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고학력의 능력 있는 여성이 많아져 사회적 관습과 통념이 기대하는 남녀의 역할이 비교우위와 다르거나,남녀의 비교우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이 주는 이익은 불분명하다.

살림에 소질이 있는 남편이 가사를 돌보고,돈 버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여성이 돈벌이를 하는 것은 서로의 비교우위를 잘 살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습이나 통념과 달라 매우 드문 현상이다. 또한 집안일과 바깥일로 양분하여 비교우위와 특화를 논하는 것은 예전과 같은 의미를 갖기가 어렵다. 시장을 통해 (도우미 고용) 혹은 기술발달(세탁기.청소기 등)에 의해 가사부담이 줄어 경제활동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으로부터의 편익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차라리 최고의 운명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더 기다리게 되는데,이것이 바로 만혼 현상의 본질인 것이다.

이러한 만혼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나,이에 대한 대응은 국가마다 다르다. 결혼 없이도 동거와 출산 등 결혼의 이익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유럽과는 달리,결혼 없는 출산이 사회적 수치(stigma)로 인식되는 유교권의 국가에서 만혼은 출산율의 감소와 직결되므로 국가적 관심사가 된다. 싱가포르는 혼인 감소와 저출산이 문제가 되자,국가가 나서서 미팅과 결혼을 주선하기까지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과 같은 개인적 문제에 국가가 혹은 정책이 개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는 바야흐로 삼순이의 전성시대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가정 형성을 미루고 자신의 일에 매진한다. 높아진 여성의 결혼 기준을 맞추기 위해 남성도 경제적 안정을 이룰 때까지 결혼을 미루고 자신에게 투자한다. 가정과 사회와 제도가 이를 받아들이고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을 하는 것과 가정을 이루는 것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날로 늘어가는 삼순이와 삼식이를 이어주는 길이 아닐까.

조윤영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