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

조선 후기에도 그런 현상이 있었지요.

경쟁력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안목에서 나옵니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과 '스승의 옥편'(마음산책)을 동시에 펴낸 정민 한양대 교수는 "지식정보의 근본적인 의미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격변기였던 18세기 조선의 지식인들도 그랬다.

그들의 핵심역량은 '몰입의 힘'이었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에 그 시절 문화경제학의 전체 조감도가 들어 있다.

"처음엔 박지원과 이덕무에 흥미를 느껴 작업을 진행하다 눈을 돌려 보니 비로소 그 시대의 흐름이 보이더군요.

각각의 현상이 따로 노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하나의 흐름으로 귀결되는 게 인상적이었죠." 그는 이 시대를 문화사적인 의미에서 '벽치(癖痴)의 시대'로 규정한다.

무엇인가에 미친 사람들이 세상을 만들어 간 시대라는 뜻이다.

요즘으로 치면 '마니아'의 전성기다.

이서구(1754~1825)는 열일곱살에 중국 연경을 다녀오며 초록 앵무새 한 마리를 사와 집에서 기르는 과정을 기록했다.

여기에 이덕무(1741~1793)와 유득공(1748~1807)이 자료를 보충하고 연암 박지원이 제목과 서문을 붙여 펴낸 것이 '녹앵무경'(綠鸚鵡經)이다.

상복을 모으는 게 취미였던 윤양래(1673~1751),관아에 불이 났을 때 백과사전인 '옥해'(玉海)를 찾으러 불길로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이의준(1738~1798) 등의 얘기에서도 '벽치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또다른 책 '스승의 옥편'은 말랑말랑한 산문집이다.

그러나 행간마다 웅숭깊은 의미가 녹아있다.

스승에게 물려받은 옥편을 '한 장 한 장 다리미로 다려서 펴고 접착제로 붙이고 수선해서 책상맡에 곱게 모셔두고'는 '마음이 스산할 때마다 사전을 쓰다듬고 냄새 맡는' 애틋함.그것은 삶의 정수를 놓치지 않으려는 제자의 자세다.

그는 이 산문집에서 선인들의 독서법을 소개하며 오성(悟性)이 열리는 독서,글 속의 천지만물까지 읽어내는 독서가 진정한 독서라는 것도 깨닫게 해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