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가진 열린우리당 지도부 만찬 회동에서 당내 갈등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당적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임 대통령 3명에 이어 노 대통령마저 여당과 결별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여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간다는 책임정치의 원리와 맞지 않는데다 한국 정치의 낙후성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의지를 보여주며 개헌안 발의가 정략적(政略的)인 뜻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치권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한명숙 국무총리의 당 복귀까지 이뤄지는 등 정치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국정운영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앞으로 1년이나 남은 노 대통령의 임기 중 국정운영이 난맥상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대통령이 탈당하면 열린우리당은 더이상 여당이 아니다.

정부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 등 주요 정당과 정책협의에 나서야 할 처지가 된다.

정당마다 시각차가 큰 현실에서 정치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지난(至難)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한나라당은 균형과 분배 위주의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데다 열린우리당도 노 대통령의 색채가 반영된 정책에는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오해와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북핵사태 해결 등 국가장래와 직결된 굵직한 현안들이 코앞에 닥쳐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비롯 연금개혁 등 민생과 관련된 입법 현안들이 산적한 상태다.

이를 마무리하려면 각 정당들과의 긴밀(緊密)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 방법론으로 중립내각 구성 등이 거론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대통령 스스로 국정운영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예컨대 개헌안 발의만 해도 당연한 책무라고 강변하기에 앞서 실현 가능성이나 국민여론을 감안해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선심성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함도 물론이다.

그동안 벌여 놓은 정책을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1년은 무척 부족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