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30분께 하루 3번 먹는 하얀색 알약 또는 가루"로 인식되는 전통적인 약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으로 환자들이 약에 갖는 거부감을 줄여주고 있다.

더 간편하고 안전하게,약효는 동등한 것 이상으로 발휘되게 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끊임없이 연구한 결실이다.

◆'누워서 약 먹기' 시대

약이 작아지고 있다.

고혈압·당뇨병 치료제는 질병의 특성상 환자가 여러가지 약을 먹어야 하는 점을 고려, 대개 7mm 이하의 작은 크기로 나온다.

고혈압 치료제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아타칸' 등 대부분의 약이 그렇다.

물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약들도 있다.

알약을 삼키기 힘든 암환자나,혼수상태의 환자,약을 먹기 꺼리는 정신과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것들이다.

한국얀센의 우울증 치료제 '레메론 솔탭',한국릴리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자이프렉사 자이디스',GSK의 항암제치료 환자를 위한 구토억제제 '조프란 자이디스',제일약품의 위궤양치료제 '란스톤 LFDT' 등은 물 없이 소량의 침에도 녹여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먹지 않고 붙인다

1995년 국내 최초로 붙이는 패취제 타입의 관절염치료제 SK케미칼의 '트라스트'가 등장했다.

패취란 약물이 매트릭스 타입의 저장고에 보관돼 있다가 서서히 용출되는 제제다.

이른바 '파스'(플라스타 또는 카타플라스마)가 평면적인 약물방출 부착제라면 패취제는 입체적인 부착제다.

패취제는 한 번 붙이면 약물지속시간이 보통 24∼48시간으로 길고 시간이 지나도 약효가 균일하게 나타나며 복용시 일어날 수 있는 전신적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한국애보트의 '호쿠날린 테이프'는 몸에 붙이는 천식치료제다.

보통 천식치료제는 입 속에 뿌리는 흡입형이 많아 어린이 환자들이 싫어했고 약효가 제대로 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복약지도를 하는 등 번거로웠다.

이 약은 하루에 한 번 가슴 등에 붙이면 24시간 효과가 지속된다.

특히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작은 크기라서 어린이들에게 쉽게 붙일 수 있고 야간 천식발작 예방에 효과적이다.

◆주사 공포 없앤다

주사제가 먹는 약과 샤프펜슬 타입의 통증을 줄인 주사제로 대체되고 있다.

항암 주사제를 몇 달씩 맞으면 구토와 탈모로 인한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 암세포나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내피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최신 먹는 표적항암제들이 등장해 이런 고통을 덜어주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한국로슈의 위암치료제 '젤로다',한국바이엘의 신장암 치료제인 '넥사바' 등이 대표적이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에겐 주사기와 약병을 하나로 합친 샤프펜슬 모양의 주사제가 많이 나와 있다.

한국릴리의 '휴마로그',노보노디스크제약의 '노보믹스', 사노피아벤티스'란투스' 등이 대표적이다.

통증이 거의 없고 휴대가 간편하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천편일률적인 하얀색 알약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진통제 '이지엔6'는 투명한 파란색 연질 캡슐 안에 액상의 약물을 담은 '네오솔'공법의 제제다.

기존 정제보다 빠른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이 밖에 발기부전 치료제인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와 한국릴리의 '시알리스'가 각각 푸른색 다이아몬드,노란색 비대칭 타원형으로 돼 있다.

소비자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약을 쪼개서 복용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