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버냉키 효과'로 거의 모든 국가의 증시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재테크 시장에서는 세계 증시에 또 한 차례 동반 랠리가 올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주가예측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 가설'을 토대로 현재의 세계 증시를 진단하고 동반 랠리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자기암시 가설을 간단히 요약하면 어떤 특정 국가의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지면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 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받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자들의 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 가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경제 여건 개선 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상승기를 맞는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향후 주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1차 조정 국면을 맞는다.

만약 경기와 기업 실적이 뒤따라 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 국면을 맞는다.

마지막으로 경기가 정점을 지난 어느 순간에는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며 재차 조정 국면을 맞는다.

이 상황에서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 오면 3차 소상승기를 맞는다.

반대로 경기와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 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는 여전히 비관론(hard landing 혹은 stagflation)을 예상하는 기관이 있지만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연착륙(soft landing)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각대로라면 앞으로 세계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잠재 수준으로 안착해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순환상으로 보더라도 주가 흐름에 유리한 분기별 성장률이 전개되고 있다.

세계 증시에 영향력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올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주요 예측기관들이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와 함께 국제 유동성 측면에서도 지난해 말 수준에서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 평균 금리는 한 나라의 적정 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이나 피셔 공식을 토대로 볼 때 어느 정도 적정 수준에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부 국가들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리더라도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자산이 빠르게 유동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 유동성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는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을 곰곰이 따져보면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선되는 추세다.

요즘 세계산업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 업종은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네트워크를 깔면 깔수록 생산성 증대와 비용 절감,기업 이윤이 증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른 감이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을 조지 소로스의 이론에 적용하면 경기가 정점을 지난 후에 기업 실적이 개선돼 주가가 오르는 3차 소상승기에 해당한다.

대세 상승에 해당하는 2차 상승기에 비해 상승폭은 제한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대내외 증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