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차베스式  좌파' 안먹힌다
중남미 좌파 선봉장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정책을 좇아 국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이 정치·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차베스식 좌파 정책을 모델로 삼고 있는 인근 중남미 국가들이 자금 부족과 반대 세력의 움직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풍부한 석유 자원을 갖고 있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 실현에 어려움이 없지만 다른 좌파 중남미 국가들은 자원 부족과 취약한 정치 기반 등으로 정책 실현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콰도르의 경우 반미 좌파를 내세우고 있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빈민을 위한 국가 설립'이란 목표 아래 의회 해산을 추진하고 100억달러에 달하는 대외 채무를 당분간 갚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근 그는 정치인들의 반대로 의회를 해산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또 정책 추진에 실용적 접근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면서 코레아 대통령은 대외 채무 가운데 1억3500만달러를 갚겠다고 발표했다.

WSJ는 "코레아 대통령이 최근 겪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은 혁명적 포퓰리즘이 현실적으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2의 차베스'라 불리며 볼리비아 급진 좌파 정책을 이끌고 있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도 정책 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동안 차베스식 천연가스전 국유화와 경제 통제력 강화를 위한 새 헌법 제정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하지만 자금과 전문가의 부족으로 국유화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헌법 개정도 지방 정부의 반발로 더 이상 이끌어 나가기 어려운 상태다.

지리적으로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사이에 있는 페루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이 과거의 급진 좌파적 성향을 버리고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 공약을 내세우며 온건 정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경우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서구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좌파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지만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다른 중남미 좌파 국가들은 그만큼 경제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책 수행에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차베스 대통령은 전력 통신 등 국내 주요 산업 국유화를 추진하면서 관련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기업의 주식을 전부 사들이겠다는 배짱을 부릴 수 있지만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인근 좌파 국가들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차베스 대통령은 군부의 지지를 포함한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만 다른 중남미 국가들은 좌파적 이념을 뒷받침해줄 만한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