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실버사원 박종경 쇼핑 가이드‥"日관광객들의 '韓流오빠'로 통해요"
실버 사원으로 뽑혀 외국인 전문 쇼핑 안내인으로 근무한 지 겨우 6개월밖에 안 됐지만 일본인 대상 관광 가이드북인 'Seoul Navi'에 이미 대문짝 만하게 얼굴이 실렸다. 덕분에 일부러 그를 찾아오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하루 평균 200명 정도의 외국인을 응대하는데 대부분이 일본인입니다. 단순히 안내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 음식이 왜 좋은지 설명해 주고 무거운 짐이 있으면 택시 타는 곳까지 들어다 주기도 하지요."
박씨가 '제2의 삶'에 나선 것은 작년 7월. 2003년까지 자그마한 섬유수출업체를 이끌다가 은퇴한 후 무작정 일을 하고 싶어 실버사업 취업알선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집에서 놀기만 하니까 건강이 조금씩 안 좋아지더군요. 용돈이 필요하기도 했지요." 서류상에 적힌 '화려한' 경력과 외국어 능력 덕분에 박씨는 당시 74세란 고령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롯데마트에 연결돼 실버 사원으로 채용됐다.
박씨는 영어 독일어 일본어 등 3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일본어는 광복 이전부터 배워 알고 있었고 영어는 6ㆍ25전쟁 때 유엔군 통역 장교로 복무하면서 배웠다. 독일어는 대학 졸업 후 한 종합상사에 들어가 독일 함부르크 지사에 오래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그는 서울역점으로 출근한 첫날 '너무 연로하신 것 아니냐'는 등 젊은 직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특유의 친절함과 '프로 정신'으로 주위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계산대 직원들을 위해 간단한 일본어 교육도 해주고 상황별 응대 멘트를 매뉴얼로 만들어 나눠주는 등 더 적극적으로 뛰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본인 관광객의 숫자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김영수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은 "박씨가 친절하게 응대해 주면서 올초 하루 평균 100명 정도였던 일본인 관광객이 현재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박씨는 사내에서 이제 '어르신'이란 호칭으로 통한다. 피고용인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선배로서 대우받고 있는 것이다.
박씨는 "나 같은 노인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사회적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정부에 대한 바람도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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