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 탓에 제지업계에서 만성적 적자업종으로 불려온 골판지 원지 업계가 주름살을 활짝 펴고 있다.

골판지 원지업체들이 대부분 지난해 영업에서 이익을 내며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한 까닭이다. 이는 2004년부터 업계 전반에서 추진된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이 지난해 상반기에 마무리되면서 적자 주원인이던 공급과잉이 해소된 것이 주효하고 있다.

◆아세아페이퍼텍 10년 만에 흑자기록

15일 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아세아페이퍼텍,대양제지공업,대림제지 등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들은 2006년 대규모 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판지 표면지 시장 점유율 1위인 아세아제지는 작년에 전년 대비 215% 성장한 179억원의 영업이익과 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05년에 13억원 적자를 냈었다.

아세아페이퍼텍은 지난해 71억원의 영업이익과 1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가 흑자를 낸 것은 1997년 이후 10년 만이다.

또 2005년에 7억8000만원의 적자를 냈던 대양제지공업은 작년에 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흑자 기업이 됐다.

대림제지도 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도 2억4880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시켰다.

◆구조조정으로 공급가 20% 상승

골판지 업체들이 지난해 이처럼 흑자회사로 거듭나게 된 것은 2004년부터 업계 전반에 걸쳐 추진된 M&A 등 구조조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공급과잉에 따른 덤핑 등이 사라지며 골판지 공급가가 크게 안정된 것.

고려제지가 삼보판지 계열로 흡수 합병되고 금호페이퍼텍(현 아세아페이퍼텍)이 아세아그룹에 합병됐다.

이에 따라 현재 골판지 업계는 아세아 계열(아세아제지,아세아페이퍼텍),태림포장 계열(동일제지),신대양제지 계열(신대양제지,대양제지),삼보판지 계열(대림제지,고려제지),한국수출포장 등 5대 계열로 재편됐다.

2004년 최대 410만t에 달했던 골판지 원지 생산량은 이후 점차 감소해 지난해엔 384만t 수준까지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골판지 표면지 가격이 2005년 t당 31만원 선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38만원 선으로 약 20% 올랐다"고 말했다.

◆폐지수거 높아져 원가 부담 30% 감소

자원 재활용 분위기에 따라 골판지 원지의 원료인 고지(폐지) 수거가 크게 늘어난 것도 업계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고지 수거가 늘면서 이 가격도 2004~2005년 t당 13만원대에서 지난해 t당 8만원대로 30%가량 떨어졌다.

골판지 업계는 온라인쇼핑 확대와 배추·무 등 농수산물 포장화 사업 등 신규 시장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어 흑자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포장용 박스를 생산하는 태림포장공업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확대와 농수산물 포장화로 운송이 편리한 소포장 단위의 수요량이 늘고 있다"며 "지난해에 포장박스 수요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