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기·전자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단가가 줄곧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IT 업체들은 물량을 늘려 수출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율하락(원화강세)이 지속되면 물량에 의존하는 수출이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경상수지 악화와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T 수출단가 6년새 절반으로

지난해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제품의 수출단가지수는 2000년을 100으로 할 때 48.6에 불과했다.

전기·전자 제품의 수출단가는 통계가 작성된 1988년에는 336.0에 달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3년 59.0까지 떨어졌다.

2004년 60.0으로 회복기미를 보이는 듯 했지만 다시 하락반전하며 △2005년 52.6 △2006년 48.6으로 각각 12.3%와 7.6% 급락했다.

액정표시장치(LCD) 등이 포함된 기계류·정밀기기 수출단가지수도 2005년 86.5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77.7까지 낮아졌다.

전기·전자 제품과 기계류 및 정밀기기의 수출 가중치가 각각 27.6%와 13.1%에 이르는 만큼 이들 제품의 수출단가 하락은 전체 수출단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의 수출단가가 20.7% 급등했지만 전체 수출단가가 0.3%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의 이상현 차장은 "신제품이 나오면 가격이 떨어지는 반도체 제품의 특성상 IT제품의 수출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도 단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IT업체들은 떨어지는 단가를 물량으로 메우고 있지만 물량 증가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전기·전자수출 물량지수는 2002~2004년 30%대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2005년에는 18.9%,지난해에는 18.3%로 증가폭이 둔화됐다.

◆올해는 교역조건 개선될까

지난해 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또 다른 이유는 원유와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단가가 7.7%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유가 등 원자재값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는 교역조건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교역조건은 수출단가 측면에서 IT 가격이,수입단가 측면에서 유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라 교역조건이 더 나빠지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낙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전망 등을 볼 때 올해는 단기적으로 교역조건 악화 정도가 다소 둔화될 것 같지만 IT분야에 편중된 수출구조가 교역조건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