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기업 공룡화' 박차 …국제시장 지배력ㆍ국가통제 확대 의도
러시아가 공기업 통폐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천연가스와 석유,원자력 산업과 항공기 및 조선 관련 공기업의 통합을 추진한 데 이어 12일(현지시간)에는 우주산업 공기업을 하나로 묶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는 △합병을 통한 비효율 제거와 경쟁력 강화 △주요 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 확대 △국제 시장에서 지배력 확대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은 이날 5개 우주산업 관련 공기업을 하나로 묶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영 흐루니체프 연구생산센터는 로켓 엔진을 제작하는 보로네츠 기계공장,코롤료프에 있는 화학기계공장,모스크바의 들리나 장비공장,옴스크 소재 폴료트 생산협회 등을 인수하게 된다.

흐루니체프의 블라디미르 네스테로프 이사는 "이번 합병은 로켓을 통한 인공위성 발사 사업과 관련된 회사를 하나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통합이 완료되면 흐루니체프 직원은 3만50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또 원자력 산업을 통폐합,새로운 독점기업 '아톰프롬'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러시아 하원이 아톰프롬 창설 법안을 가결시켰으며 오는 6월까지 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아톰프롬은 해외에서 원전 건설을 수주해온 아톰스트로이엑스폴트와 국내 원전 운용사,우라늄 채굴과 농축을 하는 국영기업 등을 모두 산하에 두게 된다.

이에 앞서 러시아 정부는 조선 업체들도 3개의 지주회사로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대형 항공기 제작사 이르쿠트 및 수호이와 중소 항공기 디자인 회사들을 통합해 총자산 36억달러 규모의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를 설립했다.

이와 함께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가 민영 유코스를 인수했으며 최대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이 석유회사인 시브네프를 인수한 데 이어 시베리아석탄에너지(SUEK)의 지배권도 행사하는 등 석유·가스 회사는 이미 거대 회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합병을 통한 대기업 탄생으로 세계 시장에서 러시아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가격을 문제삼아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으며 유럽으로 가는 송유관 차단도 서슴지 않았다.

아톰프롬의 경우 핵연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원전 건설 사업에서도 서방 기업의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주산업 통합도 인공위성 발사 사업이 건당 수천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로 부상함에 따라 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강한 러시아 부활'정책과 맞물려 주요 공기업 통합이 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들의 가격 통제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안드리스 피에발그스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가 인위적으로 자원의 생산을 통제하거나 가격을 조정할 경우 전 세계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