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정다빈 등 최근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자살에 이르게 된 책임을 묻는 판결을 연거푸 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자살을 '삶을 비관한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주변의 강압에 따른 막다른 선택'이라는 이유로 관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물리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군부대 상급자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소모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25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2년 2월 입대한 소씨는 육군 모 부대에 배치된 지 16일 만에 소총으로 자살을 기도한 다음부터 부대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다가 휴가 중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의정부지법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뒤 자살한 A씨의 가족들이 A씨의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자살한 시기가 피고와의 이혼 후이지만 혼인 전과 혼인생활 중 피고의 폭언ㆍ폭행,부당한 대우가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라며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교도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한 재소자 김모씨 유족들에게도 국가가 1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발적 충돌적 자살이 아니라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까지도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대법원은 치료를 받던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려다 추락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을 앓다 자살한 이모씨 사건에서도 최근 원고 승소 취지로 상고를 받아들여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투신사고 이전부터 앓고 있었던 정신분열증이 자살에 이르게 한 심인적 요소로 작용했다 하더라도 사고로 인한 후유장해가 자살에 이르게 된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자살의 경우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던 것과 달리 법원은 최근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한 사람에게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